매일신문

[야고부] 崔부자 종손의 회한

"영남대는 개인 것이 아닙니다. 대구경북 지역민의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상 뵐 면목이 없습니다. 조상 묻힌 땅 주인이 바뀌고 땅도 팔지 않겠다니 이제 묘를 옮길 땅을 구해야 할 것 같네요."

1945년과 10년 뒤 1955년은 대구경북 대학 역사에 뜻있는 해다. 70년, 60년 전 일이다. 1945년 광복으로 경주 최부자 후손인 문파(汶坡) 최준(崔浚'1970년 작고) 등 지역유지는 그해 10월 대학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최준 등 유지의 아낌없는 재산 기부로 1947년 4년제 단과대학인 대구대가 출범했다.

최준은 1955년 남은 전 재산으로 경주에 자신의 호를 딴 문파교육재단을 만들어 계림학숙(대학)을 설립했다. 계림학숙은 사정으로 1957년 옛 대구대와 통합해 대구대학 내 여자 초급대학이 됐다. 따라서 최준은 일제하 독립, 항일 투쟁자금 등으로 애국하고 남은 전 재산을 두 대학에 고스란히 기부한 셈이다.

계림학숙을 통합한 옛 대구대는 뒷날 박정희정부 출범 뒤 대학정책 변화에 따른 경영난으로 1965년 삼성 이병철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그 뒤 옛 대구대는 1967년 대구의 또 다른 대학인 옛 청구대학(설립자 최해청)과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로 통합돼 영남대가 됐다. 옛 대구대와 옛 청구대는 현 영남대, 옛 계림학숙은 현 영남이공대의 산실이자 모태인 셈이다. 경주 최부자와의 인연은 뗄 수 없다.

이로써 400년 만석꾼 경주 최부자의 기부 재산은 영남대 소유가 됐다. 최부자의 옛 두 대학 기부 재산(매일신문 2011년 7월 29일 자 11면 보도)은 현금 40만원을 비롯해 도서 7천200여 권, 대지 1만1천442평, 과수원 9천536평, 전답 1만2천772평, 임야 8천973평, 건물 16동 351평, 산림 276정보(1정보를 3천 평으로 환산하면 82만8천 평) 등이다.

이렇게 영남대는 출발했다. 그러나 뒷날 대학 관련 규정에는 '박정희 교주' '설립자 박정희'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재단 이사장, 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동안 최부자의 기부 땅도 많이 팔렸다. 울산(10만 평)과 경주(1만2천 평) 땅과 조상묘 터 주인도 그렇게 바뀌었다. 새 주인은 묘터를 팔 생각이 없으니 옮기란다. 울며 겨자 먹기다. "묘를 옮길 수밖에요." 지난 19일 경북대에서 열린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과 사례고찰-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세미나에 참석, 증언한 경주 최부자 종손 최준 손자 최염(82) 옹의 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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