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자신만만 강용석의 위기, 암초 딛고 역전극 이뤄낼까?

결백 주장하는 '독한 혀' 다시 돌아 올까

강용석 변호사
강용석 변호사

전 국회의원이자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강용석 변호사가 불륜 스캔들에 휩싸여 출연 중인 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번 이슈가 불거진 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강용석은 결백을 주장하며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강용석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인 여성 A씨의 남편이 사진 및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등 또 다른 '증거'를 제시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강용석이 여전히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아직 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대중 정서를 고려하면 방송사가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결국엔 강용석이 스스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하겠다'고 밝히며 일단 복잡한 상황은 정리가 됐다. 사실상 정치계에서 퇴출됐던 강용석이 방송을 통해 스타로 떠오르게 된 과정, 그리고 향후 강용석의 행보 등 관련 내용을 짚어봤다.

◆자기 어필의 귀재, 홍보 위해선 논란도 불사

강용석은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은 실력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에 패스한 뛰어난 인재였는데도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는 이유로 판사가 되지 못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앞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등록금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MBC '장학퀴즈'에 출연해 주 장원전, 월 장원전에서 잇달아 1등을 하며 상금을 받아 무사히 입학했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조합해보면, 강용석은 어렸을 때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깨우쳤던 인물인 듯하다. 능력과 별도로 판사 임용이 좌절됐던 순간 이후로 강용석은 변호사로 활동하며 언론과 대중의 눈에 띌 수 있는 활동을 자처하며 '인지도 쌓기 운동'을 시작했다. 1998년 지리산 수해로 야영객 30여 명이 사망했을 때 강용석은 사망자 유족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변론을 자처했다. 그러고는 3심까지 모두 이겨 당시 이 사건으로 이뤄진 소송 건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승소 사례를 만들었다. 이때 강용석은 방송사와 신문사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며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우선 법조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려던 계획이었다.

또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이 상무보로 임명된 사건을 전면 비판하고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하버드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대한민국 하버드 출신 총동창회 총무이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활동할 당시 중앙선대위 법률지원팀장, 또 중앙선대위 클린정치위원회 법률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 시기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18대 국회의원 당선의 초석이 됐다. 눈에 띄는 곳을 찾아다니며 '중앙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2010년 강용석은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당시 강용석은 대학 행사에 참석했다가 이어진 뒤풀이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강용석은 이 문제가 커지면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그리고 2012년 무소속으로 또 한 차례 출마했다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낙선했다. 그 사이에 개그맨 최효종이 선보인 코너가 국회의원을 집단모욕했다며 고소해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비록 부정적인 이미지로 정치생명은 끝난 듯했지만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논란까지 감수하는 저돌적인 모습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강용석의 거침없는 행보는 방송계의 반응을 끌어냈다. 마침 종합편성채널이 개국 후 자사 시사 프로그램에 투입할 '독한 혀'를 찾고 있던 시기였다. 강용석은 정치와 법적 지식이 풍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 나름 자신만의 논리를 갖춰 상대를 제압하는 말솜씨를 가진 데다 부정적 이슈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만큼 적어도 방송에서의 활용가치는 충분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기홍보를 하고 카메라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니 방송인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다분했다.

그렇게 방송계에 발을 디딘 강용석은 2012년부터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등에 출연하며 활동 폭을 넓혀나갔다. JTBC '썰전'으로 정치 평론가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같은 방송사의 육아예능 '유자식 상팔자'에서 메인 MC를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또한, 보수적 성향이 강한 TV조선과 꾸준히 일하며 '강적들' 등 주요 콘텐츠의 인기를 견인했다.

◆넘치는 자신감, 언제까지 이어질까

방송의 힘은 무서웠다. '썰전' 등을 통해 보여준 뚜렷한 정치관으로 강용석은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보수파의 스타로 떠올랐다. 시사와 교양뿐 아니라 육아 프로그램과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순수 예능까지 소화하며 '전문 방송인'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카메라 앞에서나 또는 인터뷰 등 공식석상에서도 정치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대통령을 꿈꾼다"는 야망까지 공개해 확고히 캐릭터를 구축하는 한편, 정치계에서도 꾸준히 자신을 주목하게 만드는 영리한 면모를 보였다. 방송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차기 총선에 나가겠다는 계획이 차곡차곡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올 하반기만 무사히 넘겼어도 원하던 길을 편히 걸어갈 수 있었을 터. 그러나 한 여성 파워블로거와의 불륜설이 떠돌면서 문제가 됐다. 강용석이 관련 보도를 내보낸 매체를 상대로 주특기를 살려 고소장을 날리고 각종 플랫폼을 동원해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몇 차례나 '증거 자료'가 나오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강용석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으니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정확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실 여부 확인과는 별도로 이 정도면 사건의 당사자가 멘탈 붕괴를 일으킬 법한 위급한 상황인 건 명확하다. 그런데도 강용석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하던 일을 이어갔다. 근심 많은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내 말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방송 활동을 계속했다. 자신의 가족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며 대중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결국엔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 방송 활동을 중단했지만 그 후에도 강용석은 SNS에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나는 결백하고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왔으며 SNS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며 자기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법을 워낙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니 현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정말로 억울해서인지, 또 결백한지는 강용석 본인 외엔 아무도 모른다. 현재 강용석이 자신의 방식으로 행하고 있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결실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 일로 더 어려운 위치에 놓일지 미리 추측할 수 없다.

그런데 필자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차기 총선에서 강용석이 당선되거나 방송에 복귀해 환히 웃고 있는 그림이 떠오른다. 언젠가 필자가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강용석을 인터뷰하며 느낀 사실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대통령 해도 괜찮을 것 같지 않냐"고 당당하게 말하는 강용석을 보며 알게 됐다. 뛰어난 머리와 배짱, 또 현실감각까지 타고난 이 사람은 어떤 위기 상황에 처해도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 단, 이 뛰어난 사람이 어떤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지는 필자 역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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