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인재 유출과 지역혁신기관

1971년생. 경북대 행정학과. 영국 셰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 기획팀장. 한국정부학회 편집이사
1971년생. 경북대 행정학과. 영국 셰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 기획팀장. 한국정부학회 편집이사

대구경북 청년층 역외 유출 심각

대기업 유치·창업 확대 노력도 역부족

이직률 높은 혁신기관 일자리 활용

채용 보조금 지원 고급 인력 흡수해야

지역 발전에서 인적자원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고급인력이 지식활동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자원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전통적으로 우수한 교육인프라와 교육열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의 핵심 인재를 무수히 배출했고, 그러한 부분은 지역의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 지역경제의 침체 등으로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Brain Drain)이 심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으니, 인구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더 나은 환경을 찾아서 움직이는 것이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적 측면에서 보면 지역의 인재 유출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인재 유입은 그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산업활동에 기여할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침체를 겪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인재 유출에 대한 문제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출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년층을 지역에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직업을 창출하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즉, 아무리 교육 여건과 정주 여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부족과 낮은 임금 수준 등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 유출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지역 대학 출신들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춰 지역에 남아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기업 등 기업유치에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공장이 아닌 고급 인재들이 취업할 수 있는 좋은 기업유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지역 중소기업들의 강소기업화, 창업기업의 확대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고,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인재 채용 등에 대해서도 기대해 보지만, 인재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역 인재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런 노력들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하지만, 기업중심적 해결 방식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접근방법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지역의 지역혁신기관을 통한 고급인력 확보 방안도 심도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역의 정책개발, 기업지원, 연구개발 등을 위해 지역 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 테크노파크 등을 지속적으로 설립해 왔으며, 국가적 수준의 기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은 적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수백 명까지의 인력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지식활동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은 조직이다. 기관들의 그릇이 크고, 단단하면, 우수한 인력들을 담을 수 있다. 즉, 이러한 기관들은 지역의 인력 유출을 차단하고, 외부의 고급 인력들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지역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지역은 이런 기관들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할 것을 주문했지만 정작 그들이 고급 인재를 안정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노력은 등한시했다. 상당수의 지역혁신기관들에서 운영비 확보의 비안정성 등으로 인해 인력의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사실 이런 기관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어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인력채용 보조금을 주면서 지역 인재 유출 차단을 위해 노력하듯이 이런 기관들도 지역 고급 인력의 흡수처와 함께 전문가 양성소가 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이런 기관에 대한 예산 지원은 낭비가 아니라 인재육성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들은 기업을 지원하고 연구개발을 하는 핵심적인 주체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지역혁신기관들이 자체적인 혁신 노력으로 인력관리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는 대신 안정적인 지원을 통해 그들이 지역의 인재 유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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