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삶터 달동네
김은형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추진된 경제개발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잃었거나 고향을 떠난 사람들, 가난해서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은 도심 외곽의 산비탈에 비바람이나 겨우 가릴 오두막을 지었다. 빈민촌, 판자촌은 그런 주거지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달동네'도 그렇다. 하지만 달동네라는 말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빈민촌'이나 그곳의 보편적 주거 형태를 일컫는 '판자촌'과 어감이 사뭇 다르다. 달동네라는 말에는 계급적'동시대적 의미보다는 달에 가까운 산동네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살던 지난 시절에 대한 속뜻이 더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동 수도와 공동 화장실 앞에 줄을 서야 했고, 공중목욕탕을 함께 이용해야 했다. 좁은 공간 탓에 살림살이는 밖으로 나왔고, 이웃들은 옆집 사정을 서로 훤히 알고 지냈다. 이러한 주거 환경이 달동네 특유의 생활문화, 즉 공동체성을 만들어 냈다.
달동네에 개발 붐이 일어 아파트가 생기더니 요즘은 오래된 골목 걷기가 도시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여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달동네 주민을 주체로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향하는 바도 불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달동네 특유의 공동체성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는 것, 즉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 방법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을 만들기의 모든 사업은 복지의 개념에서 출발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29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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