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만리장성 프로젝트'] <9>"유커, 우리 손에 맡기세요" 문화관광해설사

320여 명의 홍보대사 "경북에 푹 빠지게 만들어야죠"

이경애 씨
'제11회 경상북도문화관광해설사 신규양성'에 참여한 교육생들이 경주대학교 최문현 교수의 현장 강의를 통해 경주 옥산서원에 깃든 우리나라 문화재의 특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순주 씨
이경애 씨
이순주 씨

외국인 관광객들은 우리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왜곡된 문화를 안고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바로 알려주는 사람들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문화관광해설사'의 역할이다.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경주 드림센터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는 11번째 신규 교육이 진행됐다. 각 지역의 명승지를 지키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최선봉장들. 거의 보수가 없는 명예봉사직이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들이기에 인기가 높고 자격요건 역시 까다롭다. 실제 이번 교육의 경우, 모두 30명의 인원을 모집하는 데 4배가 넘는 12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선발 후에도 단순히 교육만 이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역사는 물론 외국어 능력, 관광객 접대 예절, 응급처치 요령 등을 익히고 최종 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문화관광해설사'란 명찰을 달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은 사명감 때문에 모인 이들이기에 합격률은 항상 99%에 달한다. 현재 경북에서는 320여 명의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지역 주요 관광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북관광공사 마케팅팀 고영우 차장은 "문화관광해설사는 단순히 문화재를 안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풍양속과 아름다운 수목, 지역마다 숨은 특징을 설명하는 홍보대사들"이라며,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얼마나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하는가에 따라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울릉도'독도 알리는 이경애 씨.

"제 고향 울릉도가 얼마나 예쁘고 신비로운 곳인데요. 이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 지원했지요."

이경애(44'여) 씨는 이번 제11기 경상북도문화관광해설사 신규양성 교육생들 중 가장 먼 곳에서 온 사람이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먼 뱃길을 건너고, 며칠씩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모두 자신을 길러준 고향 울릉도를 알리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사실 울릉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요. 만약 오더라도 패키지 관광을 통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단편만 보고 가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울릉도에 아름답고 유서깊은 역사가 많은데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 씨는 문화관광해설사에 지원하기 전인 2001년부터 독도아카데미에서 해설을 맡는 등 독도 지킴이로 활동해 왔다. 그저 내 고향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선한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는 특유의 넉살과 친화력으로 교육생들의 총무까지 도맡았다.

그는 "사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사람들이 제 고향에 와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 좋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울릉도와 울릉도 사람들의 장점을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교육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각별하다. 어릴 때는 시기마다 옷을 갈아입는 경관이 좋고, 자연에 순응해가며 사는 이웃의 모습이 마냥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안타깝단다.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을 널리 알려, 더욱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아울러 최근 독도나 동해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이나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게 하는 것도 그녀의 또 다른 사명이다.

"흔히 울릉도를 말할 때 신비의 섬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울릉도는 알면 알수록 양파처럼 새로운 아름다움이 나오는 곳입니다. 며칠씩 잠깐이 아니라, 오래도록 지켜보면 볼 때마다 더욱 좋죠. 제 자신도 고향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멋진 해설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충효의 고장 예천 알리는 이순주 씨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고유한 역사와 특징이 있어요. 이를 바로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그 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의 의무가 아닐까요."

이순주(65) 씨는 원래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다. 남들을 가르치고, 무엇을 알리는 일에는 전문가인 셈이다. 2008년 퇴임을 앞두고는 지역 평생교육기관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 봉사를 펼치는 등 교편을 천직으로 삼았다. 그런 그에게 문화해설사는 '실버 라이프'를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이 됐다.

이 씨는 "평생 남의 나라 말만 가르쳤는데, 이제는 우리 것도 한번 알리고 싶었다"면서 "사실 평소에도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다. 틈틈이 혼자 공부했는데 '이번이 참 좋은 기회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학한 수준이지만 이 씨의 경북 문화관광에 대한 지식은 상당하다. 현장 학습에서 강사들이 던지는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정답이 나온다. 문화재를 관람하는 순간마다 누구보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강사들의 설명을 암기하는 등 열정적이다.

우리나라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서, 몰랐던 문화'역사를 배우는 일이 너무 즐거워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 경북의 정체성을 이번 교육을 통해 알게 됐어요. 제가 느낀 감동과 지식을 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어교사였던 그이기에, 고령의 나이에도 이 씨는 남들보다 문화해설사로서 더 많은 임무를 맡게 됐다. 지역의 역사'문화를 알리는 한편, 자신의 지난 경력을 살려 영어통역사로 자원했다. 외국인 관광객 동시통역사 겸 문화안내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이다.

이 씨는 특히, 약포 정탁 대감 등 무수한 인물을 배출한 자신의 고향 예천을 '충효(忠孝)의 고장'으로 외국에 알리는 일이 목표다.

"비록 은퇴했지만, 저를 길러준 고향에서 봉사할 일이 생겼다는 게 아주 기쁩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 집주인이 관심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부족한 능력이나마 충분히 발휘해 우리 고장을 알리는 일에 남은 삶을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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