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재건축 결정…불만 폭발한 상인들

"비좁아서 옮긴다더니 이제와서 고쳐 쓰라고…"

대구시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재건축 방침이 알려지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재건축 기간 정상 영업이 어려운 점과 더불어 기존 시장 부지가 좁은 탓에 재건축이 비경제적이라며 이전을 지속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내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시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재건축 방침이 알려지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재건축 기간 정상 영업이 어려운 점과 더불어 기존 시장 부지가 좁은 탓에 재건축이 비경제적이라며 이전을 지속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내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시가 낡고 비좁은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대구도매시장)을 이전하는 대신 전면 재건축하기로 한 방침이 알려지면서(본지 8월 27일 자 1면 보도) 시장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앞서 2013년 대구시가 낡은 시장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용역 연구결과를 받아놓고도 결정을 번복한 데 대해 의문이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도매시장 내 한 과일 상가. 상인들이 시장 중앙 통로에 진열해 놨던 포도'배'사과 등 과일 상자를 각자의 점포 쪽으로 분주히 옮기고 있었다. 조금 후 열릴 채소 경매를 앞두고 채소 상인들이 중앙 통로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끔 자리를 내주는 것.

과일을 옮긴 상인들은 한결 좁아진 점포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경매장 인근 한 점포 공간은 사람이 상자들 사이에서 전후좌우로 각 2m씩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십자 모양 공간만 남았다. 그 앞 통로는 나란히 선 손님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소매상들은 이 통로를 통해 자신이 구입한 상품들을 손수레에 싣고 주차장까지 이동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도매시장 상인들은 통상 오전 6시 과일 경매, 오후 3시 채소 경매 때 각자 대량으로 사들인 상품들을 판매한다. 이때 팔리지 않고 남은 상품은 각자의 점포 앞 통로에 내놓고 판매하다가 오후 6시 시장이 파할 때쯤 각 점포에 마련된 냉장실에 보관한다. 냉장실에는 상품에 따라 30~50박스 정도의 상품이 들어간다. 공간이 부족해 미처 넣지 못한 박스 10여 개는 그대로 점포 앞에 쌓아 둔다. 이 탓에 다음날 아침 신선도가 떨어진 제품은 떨이로 처리하고 남은 상품을 새로 모아 판매한다.

도매시장 상인들은 "가로 4m, 세로 4m 정도의 손바닥만 한 점포에서 대량의 상품을 진열'판매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시장을 넓은 곳으로 옮긴다고 해 참고 기다렸는데 뒤늦게 재건축 소식을 듣고 나니 대구시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상가'주차장 건물의 노후화 ▷비좁은 냉장실 ▷주차'경매 공간 부족 ▷소화시설 미흡 등을 이유로 들어 대구도매시장 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13년간 영업한 청과물 상인 신모(51) 씨는 "시장 개장 초기와 비교해 이곳 입점 점포나 물류 거래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명절만 되면 시장에 물건을 대 주는 농민들과 이를 구입해 갈 소매'도매상들이 상가 통로에 뒤엉켜 혼선을 빚는다"며 "워낙 비좁다 보니 주차장에서 임시 경매가 이뤄지고, 상인과 소비자 차들이 뒤엉켜 10~20분씩 상가 주변을 맴돌기 일쑤"라고 했다.

신 씨는 "머지않아 도매시장을 이전하면 장보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그간 불평을 터뜨리는 손님들을 달래왔는데 이제 와서 재건축 소식이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상인들은 대구시의 이 같은 결정이 나온 배경을 무엇보다 궁금해했다. 이미 이전의 필요성과 이전 후보지'방법까지 논의됐던 만큼 결정이 번복된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

박규홍 한국농산물 중도매인연합회 대구지회장은 "2013년 당시 대구시가 용역 결과를 근거로 이전 방침을 발표했음에도 뒤늦게 재건축으로 노선을 바꾼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도매시장 각 구역을 차례로 짓는 순환 재건축 방식을 취한다는데, 상인들은 공사 기간 동안 번갈아가며 장사를 쉬거나, 흙먼지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어느 누가 이를 받아들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몇 차례에 걸친 용역 연구에 아까운 혈세만 낭비했다. 대구시로부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근거를 들어 보고 상인 단체의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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