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성공노화

얼마 전 연세 지긋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노인병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친 후 초청 단체의 간부들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요즘은 평균수명이 높아져서 80대에 돌아가셨으면 많이 애통해하고, 90대에 돌아가셨으면 그나마 위로하기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도 이제는 80세에 접어들었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인 같지 않은 노인들이 많아졌다.

과연 몇 세부터 노인이라고 규정해야 될까? 의학적으로 볼 때 노인은 65세 이후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1889년 독일에서 정한 기준이다. 벌써 100년도 넘은 셈이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건강한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노인의학에서 주 대상으로 삼는 나이는 75세 이후다.

여기서 생각할 개념이 '건강수명'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장애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1.4세로 선진국에 도달할 만큼 늘어났지만, 건강수명은 66세로 15.4년이나 차이가 난다. 오래 살게 됐지만 15년 정도는 이런저런 질병과 장애를 겪으면서 산다는 의미다.

오는 2026년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평균수명의 연장이 아닌, 건강수명을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노인의학에는 '성공노화'라는 개념이 있다. 질병과 장애를 피하고 높은 수준의 인지적,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활기찬 인간관계와 생산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삶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성공노화의 대표적 사례는 장 칼망 할머니다. 1875년 프랑스 아를 지방에서 태어난 장 칼망 할머니는 1997년 122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최장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장 칼망 할머니가 100세까지 자전거를 탔고, 110세까지 기본적인 생활을 독립적으로 영위했으며 사망 시까지 별다른 질환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장 칼망 할머니처럼 살 순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질병이나 장애가 있더라도 신체적 인지적 기능과 사회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여 잘 사는 것을 성공노화로 본다.

성공노화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질병의 예방과 관리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며 병을 앓아도 잘 관리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신체 및 정신적 기능을 유지해 일상생활은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록 질병이 있고 신체적인 기능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의미 있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뚜렷한 역할에 만족하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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