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번에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렇게 똑같은 말머리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다음 문장에서 유형이 나눠진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하고 방법을 묻는 이들, 그러면 일단 어떤 책을 내고 싶은지 묻고 그에 맞는 책을 예시로 들어준 다음 차례로 편집방법과 인쇄, 유통에 대해 알려준다. "돈이 얼마나 드나요?" 하고 묻는 이들에게는 견적을 낼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고, "제가 책을 내면 여기 입고할 수 있나요?" 하는 이들에겐 책을 입고하는 기준과 전국의 책방 특성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일단 무조건 한 번 해보세요!" 하고 격려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책을 내고 싶은지 말하게 되고,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책방을 지키고 있는 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책방을 찾는 이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다. 이렇게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취향을 저격해' 책을 추천해야 하므로 방문자들의 취향을 파악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이며 대전, 책을 입고한 저자들이 찾아와 요즘 나오는 책에 대한 이야기, 다른 책방이야기, 다음 호 준비 이야기까지 한참 수다를 잇기도 한다. 또 가까운 이들은 그저 수다를 떨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어머니의 가게도 항상 그런 모습이었는데, 쌀쌀해진 날씨에 옷이나 김치 등 집에 있는 것을 배달하러 들르면 언제나 동네 아줌마 두세 명이 앉아 누구 집에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며 동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남편이며 자식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디 배추나 고추가 좋더라며 사소한 정보도 교환하는 것이다. 항상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닫으니, 늘 거기 있을 것을 알기 때문에 예고 없이 그곳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가게는 물건을 사든지 사지 않든지 동네 어머니들의 사랑방이 되곤 했다.
때로 어떤 수다들은 종착역이 있지 않아서, 조언이나 상담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활 일부를 털어내고 싶어서, 아니면 그저 말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짐하기 위해서, 때로는 문제없다는 위안을 얻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대화와 수다 속에는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더 많은 언어가 들어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대화들이다.
왁자하게 수다를 떨다 보면 최근 일에서부터 요즘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까지 나누게 되는데, 열심히 말하고 열심히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고 방향이 생긴다. 책방의 시작 역시 수다였다. 다섯 명이 모여 수다를 떨던 일을 지금은 어느새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무조건 한 번 해보세요!"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