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진량읍 경산산업단지 내 ㈜에나인더스트리. 1990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다.
자동차 방진용 고무, 플라스틱 부품, 이그니션(점화장치) 케이블 등 이른바 'N'V'H'(소음'진동'불쾌함)를 줄이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불량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요즘 이 회사는 활짝 웃고 있다. 공장에서 벌어진 새마을운동 덕분이다. 이 공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때 절박한 상황도 있었다"
㈜에나인더스트리 신철수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골치가 아팠다. 성장에 발목을 잡는 '고질적 불량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자동차의 소음과 진동을 막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계속해서 불량률을 줄여왔으나 10%대에서 더 낮아지지 않고 정체돼 있었다.
신 대표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파트너인 삼성전자와 함께 새로운 공장을 만드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한다기에 문을 두드렸다.
그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SOS를 치자 지난 5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한국제조팀장인 김혁철 전무를 비롯해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혁신활동 태스크포스가 에나인더스트리에 파견돼 고강도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이들 멘토팀은 현장에서 청소를 하는 등 솔선수범하면서 기본을 갖추는 활동부터 시작했다.
삼성전자 멘토팀의 부장'차장급 직원 4명은 에나인더스트리 경산공장에 한 달 이상 상주했다. 이들은 에나인더스트리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이 회사 기계는 사용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눈에 보이는 부분만 청소하고 기계 내부는 거의 청소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손이 잘 미치지 않는 기계 깊숙한 곳이나 내부는 먼지와 쇳가루, 기름때 등으로 오염됐고 일부는 파손된 채 기름이 흘렀다.
삼성전자 멘토팀은 가장 먼저 이들 기계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파손되거나 물'기름이 새고 지저분한 곳을 찾아 고쳐 나갔다.
도색에다 현장 바닥 청소까지 했다. 공장 현장 환경이 몰라볼 정도로 깨끗하게 바뀌었다.
삼성전자 멘토팀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에나인더스트리의 경영진은 물론 현장 근로자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3정(정품'정량'정위치) 활동에 모두 참여, 불합리한 설비들을 복원하고 오염원을 제거했다.
또 전 사원들에게 설비 분양제를 실시, '내 기계'(My Machine)도 하나씩 분양했다. 자신이 분양받은 기계 설비들을 점심시간이나 조기 출근해 청소하고 관리를 했다.
장기간 방치돼 있던 불량 자재와 용품들은 버리고 정리했다. 공장 내 보관대를 제작, 설치하고 공장 바닥 오염원은 물청소를 했다.
◆기본이 다져졌으면 생산성을 높여라
삼성전자 멘토팀은 에나인더스트리 경산공장에 상주하면서 안전하고 쾌적한 제조 현장의 기본 갖추기 활동, 전 사원이 참여하는 제안 활동, 품질 개선, 원가 절감, 물류 방식 개선 등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부분을 삼성전자 제조시설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고강도 개선 작업을 했다.
삼성 멘토팀은 실사를 통해 금형과 사출 분야에서 고질적인 불량 요인을 찾아냈다. 불량에 대해 현장 미팅을 통해 그 원인과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고쳐 나갔다. 고무 성형 공정을 단순화했고 사출 작업을 자동화해 공정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부품 금형을 수정했더니 불량률이 12%에서 1.8%로 뚝 떨어졌다. 금형'사출 기술지도를 통해 품질 불량률 제로(0)를 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삼성 멘토팀은 실시간 공정관리시스템(MES)과 공정 시뮬레이션, 자동화 설비 등도 지원했다.
에나인더스트리는 현장의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제품 투입 공정과 완성품 포장 작업자가 붙어 있거나 기계 설비 배치가 잘못돼 작업자들의 동선이 길었던 것을 개선했다.
그뿐만 아니다. 설비 동작 스위치 위치의 부적절, 지그 조립 시 밀림 현상, 고무 성형 찌꺼기인 버(Burr)를 수작업하는 공정을 개선하거나 자동화시키고, 너트 체결시간 단축 등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 회사 신승동 전무는 "보통 생산라인 문제를 컨설팅기관에 의뢰하면 보고서 중심이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은 채 훈수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 멘토팀은 생산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하면서 개선점을 찾으니 유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돼 임직원들이 선진 기법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디어 변화가 찾아왔다
공장에서 일어난 새마을운동으로 이 회사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품질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고질적인 불량의 원인을 찾아냈고 개선책을 수립했다. 물론 품질도 개선됐다. 자재나 재고 상황을 파악해 상황에 따라 재고 감축과 생산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했고, 시스템과 연계한 저장위치 정보를 재정립해 제조 물류 개선도 이뤄냈다.
1970년 온 나라에서 일어났던 새마을운동처럼 에나인더스트리 직원들은 '5S'3정' 활동을 생활화했다. 모든 것을 바꾸니 생각도 변화했다. 회사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뭉쳤다. 내 공장, 내 기계, 내 구역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신철수 대표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똘똘 뭉쳐 낡은 콘센트 교체, 지붕 방수, 노후 배관 교체, 사내'외 부족한 소화기 설치 등 크고 작은 작업 환경 개선 노력을 자발적으로 했다.
이 같은 에나인더스트리의 스마트 팩토리는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이 회사 경영기획부 김한용 차장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하나둘씩 해결되면서 불량률이 줄었고, 이는 곧 생산성향상으로 연결됐다. 이 같은 혁신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회사 전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동 전무는 "새마을운동 바람이 공장에 다가오면서 모든 임직원들의 의식이 변화됐다. 내 할 일은 내가 스스로 한다는 책임감과 참여의식, 자율성이 높아진 것이다. 생각이 바뀌니 불량률이 저절로 줄어들고 생산성이 향상되고 품질 안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 회사는 '공장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확인, 경산 공장뿐만 아니라 경주'영천'천안 공장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협력업체에도 이를 도입해 3년 이내에 정착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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