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호준의 생활법률 <21> 전관예우

전관예우는 법조계의 가장 어렵고 민감한 화두 중 하나다. 사람들은 여전히 전관예우가 있고, 전관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면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법'까지 만들어 시행하는걸 봐도 전관예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예우하는 전관예우, 정말 있을까?

애매모호한 말이지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게 솔직하고 정확한답변인 것 같다. 요즘은 우리가 생각하듯 대놓고 밀어주거나 짜거나 봐주거나 하는 예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의식을 하지 않는것도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어제그제 판사, 검사였던 동료가 변호사가 돼 사건을 맡으면 의식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관이라는 이유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나 성향에 따라 조금 다를 순 있다. 판·검사의 개인적인 성격에 따라 의식을 많이 할 수도 있고, 전혀 안 할 수도 있다. 또 친했다면 친해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친분 때문에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다.

실제 전관이나 친한 변호사가 해당 재판부의 사건을 맡으면 오히려 더 꼼꼼하게, 엄격하게 처리한다는 경우가 꽤 있다. 법조계에선 친분이나 학연 등의 인맥 관계를 훤하게 알기 때문에 혹시라도 '봐줬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때문에 조금 봐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사건도 문제가 될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더욱 냉정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의뢰인이 손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진짜 친해서 더 불편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 해당 재판부 사건은 맡지 않는 변호사도 적잖다 .

관점을 좀 달리해서 보면 '전관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전관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예우'라기 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판사 생활을 하다가 법복을 벗은 전관의 경우 최소 수년에서 20, 30년 동안 법정에서 검사나 변호사 등과 상대하면서 재판을 진행했고, 매일 재판 관련 서류, 자료 등을 검토해왔기 때문에 '이기는 방법'을 제일 잘 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무엇을 제시하면' 유리하고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게 사실이다 .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법' 개정 후 전국 1호 퇴직 판사인 김영준 변호사는 "전관예우란 '잘 봐줘서'가 아니라 판사를 해봤기 때문에 판사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알고, 그래서 더 잘 어필할 수 있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할지 말지는 사건 당사자의 몫이다. 그러나 경험이 아닌 인간관계에 의존하기 위해 전관을 찾는다면 그리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다.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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