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習 주석 오른쪽 두 번째…달라진 韓·中 관계

61년 전 마오·김일성 혈맹 과시…시진핑, 푸틴·박 대통령과 동석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톈안먼 성루에 서 있다. 톈안먼 성루는 1954년 10월 1일 김일성 전 북한 주석(작은 사진 오른쪽 둘째)이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작은 사진 오른쪽)과 함께 올라 열병식을 지켜본 장소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달라진 한중 관계의 위상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을 지켜봤다.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진행된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오른 톈안먼 성루는 1954년 10월 북한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 주석과 함께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던 장소다. 당시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 주석이 한국전쟁에서 함께 피를 나눈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지만, 61년 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외교협력 관계를 위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주었다.

특히 이 장면은 중국의 혈맹인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의 질적인 도약과 북중 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역학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이날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의 오른편 두 번째 자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본 반면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톈안먼 성루 앞 열의 끝에 자리해 달라진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동북아 외교와 안보 지형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중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혈맹이었던 북한과 중국이 핵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소원해지면서 동북아 역학관계가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다층, 중층적 구도로 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임기 반환점을 넘어선 박 대통령은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파격을 보이면서 동북아 외교전에서 본격적인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불용과 한반도 비핵화,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긴장 고조 행위 반대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포함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