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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수사 신뢰받으려면 인권부터 보호해야

경찰이 아직도 긴급체포를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전국적으로 2만5천716명을 긴급체포했으나 영장기각 등으로 9천594명(37.9%)이 풀려났다. 대구가 특히 심해 이 기간 동안 긴급체포된 1천95명 가운데 40.7%인 446명이 석방됐다. 울산(52.64%)과 서울(42.3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였다. 경북의 석방 비율은 30.39%였다. 긴급체포는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사전 구속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을 때 영장 없이 범죄 혐의자를 체포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에 나타난 인원에는 영장 없이 즉각 체포할 수 있는 현행범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2만5천여 명 가운데 대부분은 사후 구속영장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경찰이 긴급체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석방률이 40%에 이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구속할 만한 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수사력 부족에다 긴급체포라는 권한을 남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인권의식 부족에 원인이 있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일단 사람부터 붙잡아 놓고 보자는 과거의 악습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수사기관이 범죄자를 잡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범죄자가 아니거나, 구속당할 만한 죄를 짓지 않은 국민을 구속영장 제시 등 법적 절차 없이 강제로 체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없어야 한다. 범죄를 저질러도 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법 정신은 인권을 최우선으로 한 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도 같다. 범죄 혐의자라 하더라도 기본 인권만큼은 존중해야 수사기관의 법집행이 신뢰받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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