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손짓하는 중국

차이나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식 성장모델의 수명이 다했다는 비관론부터 '다음번 경제 위기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될 것'이라는 단언까지 나오는 판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중국의 이번 증시 폭락이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에 가까워져 가는 재편 과정으로 보면서 중국 정부는 여전히 강력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구 13억의 거대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은 한국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하는 상대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얼마 전 중국 출장길에서 이런 의구심은 더욱 절실해졌다.

중국 장쑤성(江蘇省) 옌청(鹽城)은 인구 820만 명을 품고 있는 대도시다. 올해 5월 서울에서 대구시'경북도'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한중산업단지 유치 MOU를 맺은 바로 그 도시다. 한중산업단지는 한중 FTA 후속사업으로, 중국에선 이미 옌청을 한중경협단지 후보 도시로 지정했다. 그 옌청이 파트너로 원하는 도시가 대구경북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같은 도시에 비해 옌청은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나라와 매우 가깝다. 옌청에선 매일 한 편의 항공기가 인천공항으로 뜬다. 비행시간은 불과 1시간 20분 남짓이다. 대구 직항 노선이 개설된다면, KTX로 대구에서 서울 가는 것보다 더 가깝다. 인구는 820만 명으로 대구의 3배가 넘는다.

이 옌청은 2002년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이후 10년 만에 중국 최고의 신흥 자동차 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3년까지 이곳에 3개 공장을 짓고, 연간 1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를 따라 10개 협력사도 이곳에 진출했다. 현대 모비스도 이곳에 3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옌청에선 이런 한국 기업을 향한 열렬한 구애를 목격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옌청의 '한국공업원'은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한국 기업의 추가 유치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 건물 앞에는 한국공업원이라는 대형 한글 현판이 있고, 건물 앞에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각종 개발사업을 안내한 푯말이 한글로 게시돼 있다.

한국공업원의 관계자는 "기아차 진출 이후 한국기업'정부,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옌청의 기아차 3개 공장 직원 7천여 명 중 대부분이 현지 중국인이고, 옌청 시내의 한국인 대상 음식점만 1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공업원 측은 "2000년 후반 많은 한국기업들이 단지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웨이하이(威海) 같은 도시로 진출했지만, 상당수가 실패했다. 지방정부가 갑자기 밀려든 한국 기업을 충분히 지원할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옌청은 다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공업원은 중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직원을 고용해 한국 기업을 응대하고 있었다.

옌청에는 하루를 머물렀지만 한국 기업 유치에 대한 의지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특히 이익을 앞에 둔 그들은 대단히 집요하고 치밀하다는 인상을 여러 번 받았다. 중국 정부의 일사천리식 일 처리도 놀라웠다. 한국공업원 안내로 옌청의 한국기업 유치특구를 둘러볼 때였다. 한중산업단지 예정지에는 인가가 즐비했다. 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이주시키느냐라고 묻자, '3개월이면 충분하다'며 자신만만해했다. 한국에선 3년도 짧을 일이다.

이쯤에서 드는 불안은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중국과의 교류와 투자에 그렇게 열을 올리면서도 대구시에는 외국인 일반임기제(계약직) 공무원 중 중국인이 한 명도 없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올해 초에야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 직원 1명을 어렵사리 뽑았을 뿐이다. 거대한 자본과 시장을 앞세워 손짓하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스터디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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