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히로야 지음/김정환 옮김/와이즈베리 펴냄
한국과 일본은 많이 다르면서도 닮았다. 특히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하면서 저출산으로 인해 전체 인구도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또한 지역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60%가 도쿄에 집중되어 있고, 한국은 8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한 셈이다.
그런데 2014년 5월,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절반인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가 나오자 일본 전역이 충격을 받고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이 보고서는 장기적인 일본의 미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산업계 노사와 지식인 등이 모여 설립한 '일본 창성회의' 좌장인 이 책의 저자가 발표한 것으로 현재의 출산율과 인구 이동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20~39세의 출산 적령기 여성 인구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지역을 '소멸 가능성 도시'로 명명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인구 감소의 근본 원인은 출산율 저하인 만큼, 국민들이 낳고 싶은 만큼 낳을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정책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결혼한 부부가 희망하는 자녀 수는 평균 2.42명이지만, 2012년 일본 평균 출산율은 1.41에 머무르고 있다.(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한 인구 치환 수준은 2.07) 그러나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 환경의 개선뿐 아니라 만혼, 비혼, 일자리, 장시간 노동문화, 소득, 과도한 주택'교육비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나라는 망해간다.
저자는 저출산과 고령화, 이에 따른 인구 감소는 서구와 동아시아의 공통된 문제지만,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인구가 도쿄(수도권을 포함한 서울은 더욱 심함) 한 곳으로만 집중하는 '극점사회'를, 인구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도쿄가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여 재생산은 못 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점차 감소하여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고 경고한다.
'일본 전체 인구가 줄고 있으니 아예 도쿄에 인구를 집중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수도권중심주의자의 주장에 대해, 저자는 "지방에서 도쿄로 인구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출산율이 낮은 도쿄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 자체가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다. 또한 도쿄는 급속도로 초고령화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도쿄의 국제 경쟁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저자는 인구 급감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으로 '지방 중핵도시'를 중심으로 한 방어선 구축을 주장한다. 어떤 정책을 펴든 향후 수십 년간의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인구 감소를 전제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절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모든 지역의 인구를 유지하자고 골고루 자원을 투자할 순 없다. 예를 들면, 전라남도 섬 주민이 광주로 이주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광주에서 서울로 이주하지 않도록 광주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자는 제안이다. 주민들이 해당 지역권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가친척과 기존의 인맥들과의 관계를 유지하여 지역 내 교류가 활발해지고, 나중에 연로한 부모를 보살피기도 용이하며, 귀향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지방 중핵도시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 기반, 교육, 의료, 복지 시스템을 완비하여 주민들의 수요를 지역 내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수도권으로 진출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 책에서는 20~39세 출산 적령기 여성 인구가 증가하는 일본의 상위 20개 지역을 분석해 산업개발형, 산업유치형, 베드타운형, 공공재 주도형, 학원도시형, 콤팩트 시티형 등 6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30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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