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 29일 양일간 열린 '대구 라이브 클럽데이 2015'는 대구 인디음악계의 규모와 열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인디음악을 하는 대구의 젊은 음악인들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장 주말 밤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음악인들이 늘 있다. 아카데미극장과 중앙파출소 앞에서는 앰프에 마이크 하나 들고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음에도 대구 인디음악인들은 늘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시장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구에도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인디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대구 인디음악이 극복해야 할 점을 물었을 때 들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지금 대구 인디음악계가 가장 고민하는 점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들이 만든 음악을 알리고 퍼트릴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구에는 나름 '신'(scene, 활동 분야 혹은 세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디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헤비'가 대구 인디음악계의 성지가 된 것도, '라이브인디' '쟁이'와 같은 라이브 클럽이 생긴 것도 이때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침체기가 오면서 대구 인디음악계는 지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신동우 인디053 기획팀장은 "왜 갑자기 대구 인디신에 침체 분위기가 왔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2000년대 중반 신 전체가 가라앉았다"며 "가장 쉬운 설명은 '대중의 입맛이 바뀌었기 때문'이지만 이 정도 설명으론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멀어진 관심은 시장을 축소했다. 음반이 아닌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음악을 알릴 공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대구 사람들 또한 지역 인디밴드가 아닌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그것도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인디밴드의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대구 인디음악인들이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두고 보자'라는 인디밴드는 김광석길과 수성못에서 하는 자신들의 공연을 인터넷 방송 전문 사이트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한다. 또 일부 클럽은 대구 토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통해 자신들의 공연을 홍보하고 이벤트를 펼치기도 한다.
◆지역 언론이 나서야 한다
지금 대구 인디음악은 다시 꿈틀댈 준비를 하고 있다. 몇몇 라이브 클럽은 재정비를 통해 새로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으며, '인디053'이 기획한 '라이브 클럽데이'와 같이 인디음악을 선보일 다양한 행사도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 위주로 인디음악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인디음악을 좀 더 알리는 방편으로 인디음악계는 지역 언론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권오성 씨는 "일본에서는 지역의 미디어와 라이브 하우스, 클럽 등이 함께 지역 음악인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음악을 소비하고 있다"며 "적어도 지역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미디어를 통해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계속 노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우 기획팀장은 "지역민들이 모두 아는 소위 '스타 뮤지션'이 나올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은 언론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심도 필요하다. 단, 여기에는 전시성 행사 지원 위주의 정책, 선심성 예산 쓰기 식의 정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구의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연구가 필요하다. 권오성 씨는 "대구에 인디음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인디문화와 기성 대중문화가 어우러져야 대구가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도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인디음악을 포함한 각종 인디문화에 대한 깊은 연구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대구 클럽공연 어디에서 즐길 수 있을까?
인디053에 따르면 대구에서 클럽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은 15곳에 이른다. 이러한 공연장은 크게 2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남구 대명동 권역과 중구 동성로 권역이다. 그 외 경북대 북문 쪽에도 몇 군데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올해 라이브클럽데이 공연을 한 6곳의 공연장 정보를 준비했다.
◆라이브인디
대구 동성로 자이유(구 갤러리 존) 옆에 있는 라이브공연장으로 2004년 첫 공연 이후 대구 인디음악씬의 한 축을 담당하며 11년을 이어왔다. 밴드 음악은 물론 힙합까지 매주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 2길 30-6(삼덕동 1가 15-6)
공연소식: http://cafe.daum.net/liveinD
◆락왕
대구 계명네거리에 있는 지역 최대 규모의 라이브클럽으로 음악 관련 엔지니어들이 모여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구 최고의 음향시설과 조명 시설 등을 갖췄다.
주소: 대구 중구 명덕로 111(남산 4동 2266-1번지)
공연소식: http://cafe.daum.net/clubrocking
◆레드제플린
계명대 대명캠퍼스 정문 쪽에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라이브클럽으로 헤비메탈부터 포크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주를 이루며 보통 주말 오후 9시부터 공연과 간단한 음주를 즐길 수 있다.
주소: 대구 남구 명덕로 102(대명동 2133-1 2층)
공연소식: http://cafe.daum.net/clz, https://www.facebook.com/dgleze
◆쟁이
1994년 대구 중앙로에서 예술가와 작가들의 모임공간으로 시작된 곳. 20여 년간 대구 음악인들의 무대이자 만남의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가벼운 술 한잔과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 4길 111(공평동 82-2)
공연소식: https://www.facebook.com/Jengiy
◆얼반
대구 동성로에서 7년째 운영 중인 라이브클럽으로 보통 주말 늦은 시간, 음주를 즐기며 볼 수 있는 공연이 마련돼 있다.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 2길 50-18(삼덕동 1가 18-1)
공연소식: https://www.facebook.com/groups/Urbanbar/
◆클럽 헤비
1996년에 문을 연 헤비는 현재까지 명실상부한 대구 인디씬의 성지이자 인디 뮤지션들의 창작활동의 장으로서 대구 대표 라이브클럽이다.
주소: 대구 남구 현충로 244(대명 3동 1896-5)
공연소식: http://cafe.daum.net/clubheavy96
정리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자료제공 인디053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