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자비의 희년(Jubilee of Mercy) 기간에 한해 사제들이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도록 했다.
교황은 지난 1일 발표한 교서에서 "낙태를 한 여성이 진심 어린 속죄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면 모든 사제에 이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낙태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상처를 가슴에 지닌 많은 여성을 만났다"며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실존적이고 도덕적인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가톨릭에서는 낙태가 중죄로 간주돼 낙태를 한 여성이나 낙태 시술을 한 사람들은 곧바로 파문당하게 된다. 낙태의 죄는 교구의 최고 고해 신부만이 용서할 수 있는데, 이번 희년 동안 모든 사제에게 낙태 여성 용서 권한이 주어진다.
교황이 가톨릭 금기들에 대해 파격적일 정도로 관대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7월 선출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만약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선한 의지를 갖고 주님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며 동성애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9월 첫 공식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동성애자와 이혼자, 낙태 여성에게 '자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에 힘입어 지난해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시노드) 보고서에 동성애와 이혼에 대한 전향적 언급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보수파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 빠지기도 했다.
성년(聖年)으로도 불리는 희년(禧年)은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다. 정기 희년은 1300년에 처음 시작돼 25년마다 기념한다. 그런데 이번 '자비의 희년'은 정기 희년과 별도로 지난 3월 교황이 선포한 특별 희년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올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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