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영원한 삶과 끝이 있는 삶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볼까요? 지금 여러분은 숲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는 한 번 마시면 현재 상태 그대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샘물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음에 할 행동은 무엇일까요? 주저 없이 샘물을 마실까요? 아니면 지나칠까요?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젊음을 유지하며 지구에 살고 있는 도민준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부유하고 멋진 외모에 똑똑하기까지 한 인물이지요. 하지만 '너무 오래 살아서 참 지겹겠다. 사는 게 재미있었을까?'라는 것이 도민준을 처음 보았을 때 떠올랐던 생각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영원한 삶을 꿈꿉니다. 젊음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지요. 하지만 끝이 없는 인생에는 삶에 대한 애착,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한 행복과 감사함,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설렘이 자리할 수 있을까요? 영원한 삶은 축복일까요?

"끝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우리 가족처럼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 도무지 말이 안 돼. 어떻게 하면 다시 생명의 수레바퀴에 올라탈 수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에라도 하겠어.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어.(중략) 우리 가족은 그저 있는 거야.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야."(나탈리 배비트의 '트리갭의 샘물' 중에서)

동화 '트리갭의 샘물'은 우연히 영원히 살 수 있게 해주는 샘물을 마신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영원한 삶보다는 변하고, 성장하고, 죽어서 사라짐으로써 다음 생명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등 순리를 따르는 삶이 더 의미 있다는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영생, 유한함과 무한함. 동화치고는 다소 무거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영원한 삶과 끝이 있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각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트리갭의 샘물 앞에 선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리셨나요? 선택은 쉬우셨나요? 선택이 어려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원한 삶이든 그렇지 않은 삶이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살면서 내가 남긴 흔적에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유가 없다면 우리는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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