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契)의 일종인 두레는 우리나라 전통사회나 공동체 조직에서 구성원이 궂은일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기 위한 조직이었다. 두레는 상호부조와 상부상조, 협동정신뿐만 아니라 엄격한 규율과 감찰 기능도 있었다.
우리의 미풍양속인 두레가 최근 지역 관광산업에 접목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추진 중인 '관광두레'는 주민들이 두레공동체를 만들고 관광산업을 이끌어가는 게 특징이다. 지역마다 선정된 '관광두레 PD'는 관광두레 공동체들을 연결하고, 제대로 된 관광상품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주민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도 창출한다. 과거의 시스템으로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셈이다. 안동시도 올해 관광두레 PD가 선정되고 관광두레 공동체를 만들어 1천만 관광객시대와 신도청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안동 관광두레, 문화부 공모 사업에 뽑혀
안동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2015년 관광두레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는 전국 55개 지방자치단체, 94개 팀이 경쟁한 끝에 11개 팀이 최종 선정됐다. 안동지역 관광두레 사업을 책임질 관광두레 PD에는 전미경 씨가 뽑혔다. 관광두레 PD는 농촌체험관광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두레 창업을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하향식 관광개발 사업은 하드웨어 기반 조성에 치중하는데다, 지속적인 관리, 운영이 부실해 주민 혜택이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지역 관광개발 모델을 제안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주민이 지역 관광 상품화를 주도하고, 관광 활성화에 따른 혜택도 주민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30억원의 사업비로 지역진단과 지역특화 관광사업모델 개발, 두레 PD 교육을 통한 역량강화,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안동의 경우 5개 관광권역으로 분류돼 있지만, 관광객들은 대부분 도심과 풍천면, 도산면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안동의 각 관광권역은 제각기 장'단점이 뚜렷하다. 따라서 산재된 문화자원을 적절히 결합해 관광정보를 제공하면 차별적인 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관광두레사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과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열 계획이다.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는 "관광두레가 조직화되고 관광상품 사업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주민 공동체가 회복돼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며 "관광사업을 경영하는 관광두레 주민기업의 창업도 활성화돼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관광두레 공동체, 주민 주도 안동관광 발전 이끈다
"안동의 관광 콘텐츠는 전국 최고입니다. 하지만 관광 콘텐츠를 산업화로 엮어내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관광두레 공동체'는 안동을 전국에서 가장 반짝이는 관광도시로 바꿀 겁니다."
관광두레 주민공동체로 선정된 '마카롱'의 오민정 대표는 "다른 공동체들과 손 맞잡고 상호부조의 미풍양속이던 두레의 참의미를 관광 활성화에 쏟겠다"고 밝혔다. 안동시는 '바름협동조합'과 '오셨니껴' '마카롱' '안동음식콘텐츠연구소' 등 4곳을 관광두레 공동체로 선정했다. 안동의 관광두레 주민공동체 사업은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기존 사업과 사업취지와 방법이 달라 사업설명회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바름협동조합은 안동의 현판을 주제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오셨니껴'는 안동의 제례와 혼례를 주제로 한 반가문화체험단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마카롱'은 동화작가 고 권정생 선생을 주제로 안동의 문화예술이 문화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안동음식콘텐츠연구소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동의 음식을 더 많은 관광객이 쉽게 맛볼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정부가 지원하던 보조금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관광두레 사업은 지원 요건부터 매우 까다롭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구성원을 모아 문화관광과 관련한 숙박, 식음, 레저, 여행 알선, 기념품, 체험 분야 등에 각각의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공동체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게 된다.
전미경 PD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철저한 멘토링을 통해 지역 주민 스스로 노력하고 사업성 높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절대 시작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청 단계에서부터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와 2020년 '관광객 1천만 명 시대'가 되기 위해 관광두레 공동체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선정된 관광두레 공동체들이 관광산업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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