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쫓겨나는 상인들, 성당시장 무슨 일이…

경매로 상가 낙찰받은 업체 10년간 대기 사용료 요구…견디다 못해 눈물로 짐 싸

토지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상인들이 쫓겨난 대구 남구 성당시장 내 위치한 상가 골목. 일부 상가는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고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기도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토지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상인들이 쫓겨난 대구 남구 성당시장 내 위치한 상가 골목. 일부 상가는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고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기도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5일 오후 대구 남구 성당시장. 시장 내 상가건물로 들어서자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폐허가 펼쳐졌다. 상가 벽은 허물어져 있고 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비닐과 종이상자 등 쓰레기만 가득 쌓여 있었다. 몇몇 상인들은 문이 닫힌 가게 앞에 간이 판매대를 만들어 물건을 팔고 있었다. 한 상인은 "내 가게에서 장사했는데 10년치 가게세를 내놓으라니 억울해 죽겠다. 당장 먹고살 길이 없어 노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당시장 상인들이 '대지권' 때문에 삶의 터전에서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성당시장은 1971년 시장 조성 당시 총 132개의 점포가 있는 2개동 상가건물로 출발했다. 이후 주변으로 점포가 생겨나면서 현재 199명의 상인이 등록된 전통시장으로 커졌다.

하지만 2006년부터 상인들이 하나둘 시장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경매로 성당시장 상가를 낙찰받은 A업체가 땅에 대한 권리, 즉 대지권을 주장하면서부터다.

성당시장은 집합건물법이 도입된 1984년 이전에 조성됐다. 집합건물법이 생긴 이후 아파트나 상가 등을 분양받을 때 대지권이 포함되지만, 성당시장은 분양 당시 대지권이 없는 상태에서 건물만 분양을 받았다.

대다수 상인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상가 건물의 대지권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또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지권이 없다는 사실 확인 없이 상가매매가 이뤄졌다. 한 50대 상인은 "우리는 몰라서 그냥 가게만 사면 땅이고 건물이고 다 우리 것인 줄 알았다. 평생 모은 돈으로 가게 하나 장만했는데 모르는 게 죄라면 죄다"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3년 전 성당시장 상가가 일반건축물이 아닌 집합건물이며, 대지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로 대지권 일부를 인정받으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A업체가 자신 소유 대지에 대한 임대료 부과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인 B씨는 "상가와 화장실 등 공유면적을 포함해 142㎡(43평)의 건물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집합건물로 인정받으면서 약 25㎡(7.5평)의 대지권을 얻었지만, A업체가 나머지 사용 대지에 대한 10년 사용료 1억2천만원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상당수 상인들은 A업체의 대지 사용료 요구를 견디다 못해 시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현재 68개 상가 중 90% 이상이 빈 건물로 방치돼 있다.

김선호 성당시장 상인회장은 "강제로 상가를 떠난 상인 중 상당수가 힘들게 살고 있고, 일부는 병까지 얻은 상태"라며 "상가들이 폐허로 방치되면서 점차 시장 기능을 잃어가고 있고 빈 상가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어 화재 위험성도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업체 측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