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주식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됐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테스코와 한국계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7일 홈플러스에 대한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는 16년 만에 다시 국내 투자자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이 참여했다.
매각가격은 예상보다 높은 7조6천800억원으로 이 중 지분 매입금액은 5조8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가격은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 국내 최대 M&A 사례는 신한금융지주의 옛 LG카드 인수로 당시 인수가는 이번보다 1조원 이상 낮은 6조6천765억원이었다.
영국 테스코는 지난 1999년 삼성테스코와 합작으로 한국 대형마트 시장에 뛰어든 지 16년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삼성물산이 대구에 1호점을 열며 시작했다. 첫 점포를 연 지 두 달 만에 IMF 경제위기가 닥쳤고, 삼성물산은 1999년 영국 테스코와 50대 50 합작투자로 운영했다. 현재 140개 대형마트,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 홈플러스 베이커리, 물류센터, 아카데미, 홈플러스 e파란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된 MBK파트너스는 임직원 전원을 고용승계하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향후 2년 동안 1조원에 이르는 투자에 나선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업계의 선도 기업으로서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는 우량 기업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전망 역시 밝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네파, KT렌탈 등 소비재, 유통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기업 가치를 증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홈플러스 직원들은 물론,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및 기타 이해 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도 "이번 계약에 의해 바뀌는 것은 주주일 뿐 1천900만 고객, 2천여 협력회사, 7천여 테넌트 임대매장, 2만6천 명의 임직원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홈플러스'의 모습을 재창조하며, 고객과 사회를 위해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매각이 완료됐지만 넘어야 할 난관은 산 넘어 산이다. 우선 '먹튀' 논란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테스코가 지난 16년간 홈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은 8천113억원이지만, 회사채 이자와 상표 사용료 등으로 사실상 이미 원금은 회수한 상태다.
테스코는 이번 계약으로 막대한 차익을 남긴 채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됐지만 홈플러스는 수익성 악화와 경품 조작 사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만 산더미처럼 안게 됐다.
협상 과정이 알려지지 않는 '비밀 매각'이라는 점도 악재다. 특히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매각됐다는 점에서 홈플러스가 다시 M&A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MBK가 기업을 사고파는 것으로 이익을 남기는 사모펀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매각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MBK가 구조조정 후 지역별 매장이나 편의점, 마트 등 사업 부문별로 분리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고용 승계가 분명치 않은 점도 문제점이다. MBK 측이 고용 안전을 약속했지만 현실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우려 탓에 지난 5일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세부적인 경영 실태에 대한 실사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유통업 경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앞서 테스코는 매각에 따른 세금을 낮추려고 1조3천억원가량을 배당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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