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못 걷은 지방세 9000억, 그래도 지자체 빚에 허덕

지방재정 악화시키는 과세 정책

잘못된 과세 정책으로 지방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방세를 잘못 걷는 것은 물론 세무조사권에 대한 주체를 1년도 안 돼 지자체에서 중앙으로 편입하려는 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들쑥날쑥한 조세 수입 정책으로 지자체의 채무액이 26조원을 넘어섰다.

◆과오납하는데도 채무액은 증가

잘못 걷은 지방세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지자체의 채무액은 26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지방세 과오납 현황'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정부와 지자체가 더 걷거나 잘못 부과한 지방세는 9천억원에 달했다.

대구에선 19건 126억원, 경북은 61건 437억원이 잘못 걷혔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최근 5년간 과오납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30만8천 건, 2천939억원)였으며, 서울(11만4천 건, 2천417억원), 인천(11만1천 건, 770억원), 경남(6만5천 건, 575억원) 순이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환부받는 불복환부가 5년간 약 5천741억원으로, 전체 과오납액의 63.8%에 달했다.

지방세 과오납의 주요 원인은 행정기관의 착오였다. 전체 110만 건 중 90%에 달하는 99만7천 건이 행정기관의 착오 때문이었고, 과세자료 착오(45만5천 건), 감면대상착오 부과(22만1천 건), 이중부과(1만6천 건) 순이었다.

문제점을 지적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행정기관들의 '징세 편의주의'로 인한 지방세 과오납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과세자료의 정확한 관리, 납세자의 입장을 고려한 행정 구현을 위한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세금징수 관리체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세를 더 걷는 잘못이 빈번한 가운데 전국 지자체의 채무액은 점점 늘고 있다. '2012년부터 2년간 지자체별 채무 잔액 현황'에 따르면 광주(16.78%), 인천(15.17%), 서울(9.26%) 등은 꾸준히 채무액이 늘어났다. 특히 이번 자료는 순수하게 지자체가 가진 채무액으로, 지자체가 출연이나 출자한 지방공기업과 각종 공사, 공단이 가진 채무까지 합산하면 채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구와 경북의 지난해 채무액은 각각 2조9천억원, 1조3천억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5%, -15%가량 줄었다. 허리를 졸라매고 채무액 변제에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를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지방채무는 지방세수의 감소와 복지지출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부채관리를 위해 사회복지예산의 국고보조비율을 높이는 한편, 일반재원 지원금의 확대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겨선 안 돼

정부가 잘못된 조세 수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자체에 부여한 조세징수권을 다시 중앙에 편입하려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이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세탄성치 추이 및 국제비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조세수입 탄성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수입 탄성치'는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의 자연증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성장률이 1% 증가할 때 조세수입은 몇 퍼센트나 증가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률이 1% 증가할 때 조세수입도 1% 증가했다면 조세수입 탄성치는 1이 된다. GDP가 늘어나면 세금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기 때문에 수치가 1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수입 탄성치가 -0.1%를 기록해 칠레와 함께 OECD 국가 중 최하위 그룹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은 1.9%인 가운데 핀란드(4.3%), 프랑스(3.5%), 덴마크(3.2%), 독일(1.4%), 미국(1.1%) 등 주요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디폴트를 선언한 그리스조차 1.0%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박 의원은 "경제가 성장해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구조적 모순을 계속 방치한다면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더욱 문제시되는 점은 잘못된 조세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지자체에 이양한 세무조사권을 회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지방소득세 관련 세무조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할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지방세제를 개편하면서 지난해부터 법인지방소득세를 국세인 법인세의 부가세로 운영하던 것을 독립세로 분리, 기업이 각 지방정부에 직접 신고하고 납부하도록 하고 지자체가 경정 및 결정을 위한 세무조사권도 확보하게 했다. 지자체가 자구의 노력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세자주권과 독립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납세자의 세무조사부담 완화를 이유로 국세청 일원화 방침을 내놓고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최 의원은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의 과세독립권과 자주권이 부여되는 법인지방소득세를 신설한 만큼 세무조사권도 함께 보장되어야 재정확충 방안으로 의미가 있고 원칙에 맞는 것"이라며 "지자체 세무조사로 인한 기업의 과도한 부담 등은 국세청과 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조로 조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해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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