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필경의 에세이 산책] 금강경과 레미제라블

돈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씀씀이가 커진다. 아파트도 크고 화려한 것을 가지려 하고, 차도 마찬가지다. 사치는 그뿐만 아니다. 이들이 다니는 교회도, 절도, 성당도 덩달아 커진다.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갠지스 강이 있다고 하자. 그 모든 갠지스 강에 있는 모래알을 합한 수만큼의 보석을 보시하는 것보다 진리의 말씀을 외고 자비를 실천하는 게 더 큰 공덕이다." 이는 금강경에서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다.

샤를 프랑수아 비앵브뉘 미리엘은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도시 '디뉴'의 주교다. 미리엘 주교를 통해 회개한 부잣집 부인들과 디뉴의 독실한 부인들이 주교의 기도실에 새 제단을 마련해 드리기 위해 몇 번 모금을 했었으나, 주교는 번번이 그 돈을 받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가장 훌륭한 제단은 주께 위로받아 감사하는 불행한 사람의 마음입니다"라고 미리엘 주교는 말했다.

프랑스 혁명 과정을 몸소 겪은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혁명 이야기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교화한 미리엘 주교를 통해 차가운 혁명에 따뜻한 사랑을 불어넣었다. 빅토르 위고는 인류 최고 지혜서의 하나인 금강경을 아마 접하지 않았겠지만, 동서고금을 뛰어넘어 부처님 말씀과 일맥상통한 자비와 사랑을 문학을 통해 인류에게 호소함으로써 문학사에 빛나는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사람이 땀을 흘려 경제, 다시 말해 돈벌이에 매달리는 욕망은 다양하다. 권력을 얻기 위하거나, 사치를 탐하는 따위의 쾌락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도 있고, 돈은 열심히 벌되 사생활은 절제하고 번 돈을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이타적인 사람도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세계가 깜짝 놀라도록 성장했다. 그럼에도 자살률 세계 1위 같은 데서 보듯 우리 사회의 행복 지수는 밑바닥이다. 나누려는 이타심보다 독점하려는 이기심이 훨씬 많아, 잘살수록 영혼이 메말라 가는 소름끼치는 비극을 우리 사회는 겪고 있다.

인간 마음 가운데 가장 깊은 감정은 종교적 믿음이다. 믿음이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는 자비와 사랑의 실천이다. 경제 성장의 풍요한 열매를 가진 자들이 독점하고, 종교조차 웅장한 건물 짓는 데 지나치게 집중하는 우리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하지 않다"(檢而不陋 華而不侈)는 삼국사기에서 백제 건축의 미학(美學)을 설명한 말이지만, 오늘 우리 경제가 본받아야 할 귀감이다.

나아가 부처님이 금강경을 통해 설파한 자비와 빅토르 위고가 미리엘 주교를 통해 호소한 사랑을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에게 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나눔이 보편적 복지의 참 의미다. 지금 논란이 이는 '무상 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를 자비와 사랑으로 바라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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