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두 이야기

두 이야기

'삼도봉 美(미) 스토리'.

배우로 출연 준비 중인 작품의 제목입니다.

삼도(三道) 농민들의 상처와 치유를 다루는 연극입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농사꾼들이 모여 사는 가상의 마을에 일어나는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놓은 작품입니다. 대구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우전소극장'의 개관 10주년 기념공연작이기도 합니다. 매일 연습 중입니다.

'상주 사이다 독극물 사건'

준비 중인 작품의 소재입니다.

웬만한 헤드라인으로는 눈길을 끌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적한 시골 할머니들의 원한관계와 다툼에서 빚어진 고의적 살인사건으로 비치고 있고, 국민적 관심과 시선을 둔 적은 있지만, 그 내면에 가려진 비극적이고 시한폭탄 같은 농촌의 현실과 슬픔을 끄집어내 사실과 다른 시점으로 희곡을 쓰는 중입니다.

혐의자로 구속기소된 할머니는 줄곧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참여재판으로 공판이 열린답니다. 어떤 결말이라도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상처를 주게 될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농촌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또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골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서는 농어촌의 모습을 다양하고 재미있게 꾸며서 보여줍니다.

도시가 시골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기획된 프로그램을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곳을 낯설어하지 않고 동경하게 만듭니다.

이젠 귀촌, 귀농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습니다. 유행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시골의 삶은, 절대 달달하지 않습니다. 우선 시골에는 젊은 사람들을 찾기 힘듭니다. 노인들이 주인입니다. 아무리 기계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인들은 논과 밭을 오르내리고, 허리를 쉽게 펴는 일이 없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만나는 노인들을 보면 흡사 열대지역 원주민 같은 피부색과 주름진 얼굴, 구부정한 허리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상상할 수 없이 힘든 것이 시골의 삶입니다. TV처럼 낯선 이들에게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친절할 시간이 없습니다. 단지 시골의 삶을 동경하고 실행에 옮겼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입니다.

시골에서 삶의 가치가 다른 노인들과 귀촌인들 간의 갈등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수위가 높고 깊습니다. 소외와 따돌림, 심하면 물리적 충돌까지 빚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코 시골에서의 삶은 동화처럼 아름답거나 서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미화시키거나 향기를 내지 않는 TV 프로그램과 공연들이 필요합니다. 있는 그대로 날것의 모습을 알리고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두 이야기는 농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보고서이자, 내재된 고통에 대한 보고서로서 그 역할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극단 시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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