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피폭자의 승리…4년 법정 다툼 종결

日 "한국 사는 원폭 피해자 치료비 전액 부담"…한국인 3명 日 대법서 승소

한국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전액 지급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8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69) 씨 등 3명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일본 외 국가에 사는 원폭 피해자(재외 피폭자)에게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피폭자원호법)에 따라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첫 확정 판결이다. 이전까지 치료비 연간 30만엔 상한액 제한을 받았던 한국 거주 피폭자들이 치료비를 모두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지난 2011년 대구에 거주하는 피폭자 이홍현 씨 등 3명이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며 일본 정부와 오사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1'2 심에서 승소한 이 씨 등은 이날 최고재판소로부터 이 같은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 씨는 "소송 때문에 일본을 오가며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 한국에 있는 피폭자들을 대표해서 받은 판결이라 더욱 보람된다"고 했다.

피폭자들은 일본 정부의 치료비 전액 지급 소식을 반기면서도 우리 정부의 무관심에 힘겨워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국내 거주 피폭자들은 상한액 30만엔 때문에 치료비 부담을 받아왔다. 한판개 한국원폭 피해자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은 "피폭 후유증으로 암 등의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1년에 30만엔의 치료비는 한참 모자랐다. 이번 판결이 한국 거주 피폭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광복이 되고 7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정부가 피폭자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자 숫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8일 오후 한국원폭 피해자협회 회원 등 150여 명은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회원들은 국회의 원폭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 보건복지부의 진상규명과 실태조사, 외교부의 일본 정부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 해결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소홀히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특별법을 조속히 심사하고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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