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집에 와서는 학교 선생님께 맞았다며 '복수하겠다'고 식식거렸다. 다분히 위악적인 말이었지만 정색하고 나무랐다.
"네가 잘못했으니 선생님이 매를 들었겠지. 복수라니? 그걸 말이라고 해? 세상에 그런 못된 말이 어딨어!"
웬만한 일이라면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던 아버지한테서 그런 말을 듣자 아이는 풀이 죽었지만 더 이상 엉뚱한 소리를 하지 않았다.
재작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매질 사건이 있었다. 머리를 깎고 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자율학습을 빼주면 머리를 깎겠다'고 해서 일찍 귀가시켰는데, 다음 날도 머리를 깎지 않고 온 것이 발단이었다. 선생님이 매를 댔고, 학생이 아파서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머리를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은 병원으로 갔고, 선생님은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선생님이 학생을 매질했다고 교단을 떠나서는 안 된다. 찾아와서 사과하실 필요도 없다. 스승과 제자의 소중한 관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 반 학생들도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지 마시라고 호소했다. 그 선생님은 학생들의 존경을 받으며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친다.
자식의 품행이 나쁘면 학부모들은 종종 학교를 원망한다. 그러나 하나 혹은 둘뿐인 제 자식의 행실도 가르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서른 명 이상의 학생을 감당해야 하는 선생님은 오죽할까. 제 자식의 품행을 학교가 가르쳐 주기를 기대한다면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하고 판단을 믿어야 한다. 선생님이 학생을 꾸짖으면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가서 항의하는 형편이다. 품행 교육이 될 리 없다.
며칠 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매질하는 일이 발생했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것을 꾸짖는데도 학생들이 계속 떠들자 합성고무 재질의 플렉스 바로 학생당 수십 대씩 때렸다고 한다. 매를 댄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원인을 따져보면 학생들의 잘못이 크다. 선생님은 품행과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다. 선생님이 꾸중하시는데도 웃고 떠든다는 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저버린 것이다.
학생이 도리를 저버렸으니 매질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관계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꾸중하는데도 웃고 떠드는 학생을 '나 몰라라' 한다면 좋은 선생님이 아니다. 이번 사건이 선생님과 학생이 각자 지켜야 할 예의를 돌아보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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