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정표로 준 명품 가방·구두 되팔아 이웃성금 300만원 쾌척

헤어져도 아름답게…"이별 후 선물 간직 이해안돼" 법원 조정 통해 기탁 이끌어

대구변호사회는 최근 익명으로 300만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접수받았다. 매달 회원들로부터 수백만원을 모아 각종 시설에 전달해 온 대구변호사회 입장에서는 고마운 돈이다. 또 회원이 아닌 외부인의 성금 기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변호사회는 성금 기탁자의 신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유는 성금 기탁에 숨겨진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30대의 두 남녀가 사귀었고, 남성은 여성에게 고가의 명품 가방과 구두 등을 선물했다. 결혼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레 미래를 함께 꿈꿨다.

하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사랑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러나 사랑을 두텁게 해줬던 선물이 이별의 걸림돌로 변했다. 남성은 헤어진 마당에 사랑의 징표로 여겼던 명품 선물을 여성이 간직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성은 선의로 받은 선물을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남성은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여성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재판부는 소송 대신 조정을 결정했다. 두 사람도 '선물을 특정인이 지속해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 선물을 되팔아 현금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남녀도 받아들였다. 다음은 바꾼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였다. 대구변호사회가 매달 성금을 모아 불우시설에 기탁하는 데 이 돈을 보태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두 사람은 받아들였다. 대구변호사회는 7월분 성금 605만원에 300만원을 보태 불우시설에 기탁했다. 법조계 인사는 "사랑하던 남녀가 헤어지면서 갈등을 빚은 것은 안타깝지만 결국 서로 합의를 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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