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의 동서교류를 한층 활발하게 할 88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올 연말 '역사적 완전 개통'을 앞둔 가운데 경상북도가 전라남'북도와 손을 잡고 미래 먹을거리 사업 추진에 나서는 시도를 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고속도로'철도 건설에 공동으로 나서는가 하면, 경북도와 전라남'북도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사업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충청'강원권까지 확장하는 등 점점 비대해지고 있는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 영호남이 손을 잡고 맞서는 한편, 그동안 중앙정부만 바라보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정부끼리 힘을 합쳐 새로운 지방주권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만 바라볼 게 아니라 힘을 합쳐 지방주권 확보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북과 전북 한발 더 가까워진다
경북도와 전북도가 대구~무주 고속도로와 김천~전주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경북도는 지난달 전북도와 함께 이들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대구~무주(86.1㎞)는 포항과 새만금을 잇는 283.7㎞에 이르는 동서고속도로 중 마지막 미개통 구간이다. 이 고속도로 포항~대구 및 익산~장수 구간은 각각 2004년과 2007년에 개통돼 운영 중이며, 새만금~전주 구간(54.3㎞) 중 20.4㎞는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다.
대구~무주 건설 사업은 2010년 2월 기재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이번에 경북도와 전북도가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동서를 횡단하는 김천~전주(108.1㎞) 철도는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검토대상으로 포함됐지만, 그간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고 계속 미뤄져 왔다. 이에 경북과 전북이 손을 잡고 조기 건설을 위해 공동으로 뛰어든 것이다.
경북도 김현기 행정부지사는 "그동안 중앙정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사업의 맥이 끊겨 있다. 이대로 두면 동서 간의 화합은 멀어지고 교류와 왕래가 더 줄어들 수 있다"면서 "경북과 전북이 힘을 합쳐 지역 간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머지않아 추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경북'전북, 손잡고 탄소산업 키운다
경북도는 미래 소재산업을 선도할 미래 산업으로 탄소산업을 꼽고, 이에 대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탄소소재는 고강도, 고전도성 등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 소재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21세기 신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탄소산업은 인조흑연'탄소섬유'CNT(탄소나노튜브)'그래핀 등 탄소계 소재를 활용해 항공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전기로 및 태양전지 등을 생산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산업이어서 산업 확장성이 뛰어나다.
특히 탄소산업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2010년 2천166억달러에서 2020년 7천883억달러, 2030년엔 1조5천598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적인 잠재력이 우수하다고 도는 설명했다.
이에 도는 지난해 10월 '융복합 탄소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정부에 신청했고, 지난 4월 기획재정부 2015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기재부 예타 사업 선정에는 전북도의 힘이 보태졌다. 전북도도 전주에 소재한 효성을 등에 업고, 메가탄소밸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 경북과 전북은 올해 3월 탄소산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우리나라 탄소산업을 공동으로 주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도레이사의 우수한 탄소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북도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국비 2천110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5천85억원을 투입, ▷탄소성형부품 상용화센터 ▷탄소제품 성형 및 리사이클링기술지원센터 ▷C-산업 융복합단지 등에 나설 예정.
메가탄소밸리 구축을 꿈꾸는 전북도도 내년부터 2020년까지 총사업비 5천85억원을 들여 자동차 탄소복합소재'부품 상용화 토탈솔루션센터와 탄소특화단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경북도 김학홍 창조경제산업실장은 "경북도의 탄소산업 클러스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2020년 국내 수요시장 726억달러, 고용창출 10만 명, 기업육성 300개 등의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전북도와의 협력을 통한 동서화합을 명분으로 내세운다면 중앙정부의 예타 통과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 전남과는 국가백신산업 힘 합친다
국가백신산업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경북도는 최근 전남도와 손을 잡았다. 전남 화순에 국내 유일의 백신특구가 조성돼 있으며, 백신산업의 전주기 체계를 구축한 녹십자가 이곳에 있기 때문. 도는 안동에 들어선 SK케미칼의 세포배양생산기반 백신생산공장과 전남 화순의 녹십자를 묶을 경우 세계적인 국가백신클러스터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백신시장은 최근 고속성장 중이다. 2009년 221억달러였던 것이 2013년 388억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이 11.5%에 이르는 등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엔 56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백신시장도 2000년 이후 연평균 12% 성장률을 나타내는 등 전략적인 세계시장 진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정부가 백신산업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 특히 올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 여파로 치료용 백신시장의 중요성은 더해지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전액 국비인 2천3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백신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실증'실용화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짰다. 지난해 11월엔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돼 현재 심사가 한창이다.
경북도는 예타 통과를 위해 동물세포 실증지원센터(1천200억원)는 안동에, 미생물 실증지원센터(950억원)는 전남 화순에 두기로 하는 등 전남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실용화지원센터(150억원)는 예타가 통과되면 전남과 협의를 통해 입지를 결정한다는 방침.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내년 상반기에 예타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데, 전남과의 협력체계 구축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국가백신클러스터가 조성되면 3천406억원의 생산유발, 1천237억원의 부가가치유발, 1천540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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