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등산이나 축구를 하는 것은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논리는 옳지 못하다. 공무원 기강 잡는다고 골프금지령을 내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5일 경남 창녕에서 열렸던 경상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주최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말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 골프에 대한 선입견이나 심리적인 장벽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골프장에 가는 모습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골프장에 가기 전 개명(改名)을 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성도 바꾸고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도 바꾼다. 재수 없으면 감찰반에 이름이 통보돼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보호 본능'의 결과물이다.
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없을 정도라면 골프장은 얼마나 특별한 곳일까? 골프는 정말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대중들과는 거리가 먼 사치향락산업인가? 시도 때도 없이 동네북 신세가 되는 금기 종목인가? 답은 단연코 '아니다'이다.
각종 통계 수치는 골프가 이제 보편화된 대중 스포츠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골프 인구 350만 명, 전국 골프장 400여 개, 연간 골프장 내장객 수 3천500만 명. 우리나라 골프의 현주소다. 프로야구 보러 야구장 가는 사람들은 연 700만 명이 넘는다. 골프장 가는 사람 숫자는 그 5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골프는 여전히 가진 자들의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의 시선이 40년 전의 세상에 머물러 있어서다. 골프가 특별 취급을 받게 된 것은 1974년 긴급조치의 결과다. 당시 전국 골프장은 30개 정도였다. 대구경북 전체를 통틀어 대구CC밖에 없던 시절이다.
지금 회원제 골프장 그린피에는 7만5천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40년 전에 만든 잣대 때문에 골프가 여전히 호화사치 업종으로 분류돼 중과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골프에는 특별소비세에서 이름을 바꾼 개별소비세도 2만1천120원이 부과된다. 이는 내국인 카지노 입장 세금 5천원의 4.2배, 경마장의 24배, 경륜'경정장의 62배에 해당한다. 세금으로만 보면 골프는 도박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연간 해외 골프 여행에 쓰는 돈만 해도 4조원에 육박한다. 골프 비용이 너무 비싸니까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골프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골프에만 중과세를 하는 정부의 탓이 크다. 정부의 정책 잘못 때문이라는 말이다. 부자감세라며 중과세 해소에 반대하는 상투적인 주장은 40년 전 시각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결과다. 한마디로 시정해야 할 시대착오다.
골프장에서 걷는 개별소비세는 연 4천억원에 육박한다. 물론 이 세금이 폐지되면 당장 4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그만큼 세수 결손이 생긴다. 그러나 그만큼 그린피가 낮아지면 골프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부대 산업의 활성화까지 더해진다면 세수 감소분의 몇 배나 되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 결과 내수 진작 효과가 뚜렷했다는 학습효과를 얻지 않았는가.
여세를 몰아 정부는 공공 부문의 가을휴가도 권장하는 등 얼어붙은 민간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라면 무엇이든 가져오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내수 진작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에 의해 가능하다"고 국무위원들의 분발을 독려했다.
맞는 말이다. 가만히 앉아서는 소비 진작이 되지 않는다. 풀어야 할 규제는 안 풀면서 내수가 살아날 리도 없다. 대통령의 주문처럼 창조적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발상의 대전환을 하거나, 아니면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라도 해야 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골프 중과세 같은 당장 손쉬운 것부터 수술해 보라. 언젠가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꽤 괜찮은 내수 진작 마중물이 될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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