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조경제 1년, 대구의 변화는] <1>중국 창업의 성지, 중관촌을 가다

바이두·샤오미 잉태…스타트업 2만 여개 밀집, 구글·MS도 진출

중관촌 벤처 창업 공간인 부화실(孵化室)에서 젊은 창업자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다.
중관촌 벤처 창업 공간인 부화실(孵化室)에서 젊은 창업자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다.

이달 15일은 대구창조경제가 본격적인 시동을 건 지 1년이 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지난해 9월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권영진 대구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1호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을 가졌다. 이후 삼성은 옛 제일모직 부지에 창조경제단지를 건설 중이고, C랩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육성'배출하며 지역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7일 대구를 다시 방문한 박 대통령은 "대구가 청년 창업의 메카로서 우뚝 설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대구시의 창조경제 1년 성과에 만족을 표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창조 경쟁 중이다. 벤처 창업, 첨단 산업 클러스터 구축, 해외 기업 유치 등을 통해 한계에 부딪힌 경제의 새 발전 동력을 찾아나서고 있다. 본지는 대구창조경제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 그에 앞서 중국 베이징의 스타트업 단지인 '중관촌'(中關村) 현장부터 소개한다.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촌

베이징 서북부에 자리 잡은 중관촌은 지명(地名)의 유래가 뜻밖이다. 명'청시대 황제를 모시던 내관(환관)들이 살고 싶고, 죽고 나서 묻히고 싶은 마을로 중관촌을 꼽았다는 게 그 시초다.

하지만 후대에 와서 내관들의 마을로 불리는 데 대한 거부감 때문에 '벼슬 관(官)'자 대신 '관계할 관(關)'자를 써 현재의 지명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 중관촌이 현재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IT 차이나'를 견인하고 있다. PC제조업체인 레노보,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등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을 잉태한 곳이 바로 중관촌이다. 제2의 샤오미를 찾아 중국의 투자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

중관촌의 저력은 자연발생적이라는 데 있다.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비롯한 41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재와 교수들이 창업에 나서자, 대형 벤처캐피털들이 돈을 대기 위해 줄을 섰다. 돈과 사람이 몰려들자 땅값이 올랐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이곳에 진출했다. 중관촌 관계자는 "리커창 총리가 '창업에 뛰어든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빌려주자'고 요청하자 30여 개 기업이 나섰다"며 "인재들에게 거의 무료로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기업들에게 땅값을 낮춰 제공한 것이 중관촌 발전의 비결"이라고 했다.

488㎢의 광대한 규모에 그동안 창업한 하이테크 기술 기업은 2만여 개, 연간 매출이 1억위안(180억원) 이상인 곳이 2천500여 개, 이 중 상장사는 250개 사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기자가 방문한 중관촌의 '타스타'(TusStar)는 중국 전역에 50여 개 지점을 둔 창업벤처 보육과 투자자 연계 지원 시설이다. 대학교수와 창업 선배들이 창업 교육을 제공하고 그중 우수한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선발해 심화 교육한 후 투자자를 연계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돕는다. 이런 식으로 연간 500여 개 스타트업이 탄생하는데, 이 중 최우수 10개를 뽑는다.

중관촌 관계자는 "지난해 뽑힌 10개 우수 스타트업 경우 모두 5천만위안(한화 약 91억원)을 투자받았다"고 설명했다.

중관촌은 창업자들의 천국이다. 중관촌 창업거리에는 '차고(車庫)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창업카페와 창업보육 시설을 싼값에 제공하고 있다. 타스타 1층에는 스타트업 창업공간인 '부화실'(孵化室)이 있다. 50여 명의 창업자들이 월 1천500위안(약 27만원)의 돈을 내면 작은 책상을 제공받는다. 매주 열리는 '데모 데이'(Demo Day)행사에서 교수'전문가'투자자들과 만나는 기회도 주어진다.

◆제2의 마윈 꿈꾸는 중화(中華) 인재들

타스타 1층 부화실에 들어서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50여 개 팀의 창업자들이 긴 책상 위에 노트북을 놓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씨에원(33) 씨는 '훼이모아'를 창업, 2년 전 중관촌에 입주했다. 닝보 출신의 씨에원 씨는 중국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칭화대에서 석사과정(전자통신)을 마쳤다. 그는 훼이모아를 포함해 그동안 6차례 창업을 했다. 훼이모아는 일종의 기술투자 회사다. 창업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그 회사와 수익을 나눈다. 안정된 엘리트 코스를 마다하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외친 '다 같이 창업하고 혁신하자'(大衆創業, 萬衆革新)는 구호에 호응하고 싶다고 했다.

"연 4천~5천여 명의 칭화대 졸업생 중 20%는 창업에 도전하는 것 같습니다. 제 실패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창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북경화공대학 출신의 허미성(27) 씨는 벤처업체 소미(小美)에서 일하고 있다. 소미는 보톡스, 피부 미용 등을 원하는 중국인에게 한국의 성형외과 병원들을 중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올해 3월 개발했다. 베이징대 출신의 금융전공자와 칭화대 의학전공자 등이 한 팀을 이뤄 창업했다.

허 씨는 "중국인들 사이에선 개인적으로 한국 병원에서 시술받을 경우 한국인보다 더 비싸게 돈을 낼 수 있다는 불신이 많다. 반면 우리 앱을 이용하면 한국인과 같은 가격에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관촌은 창업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정보나 아이디어 교류가 쉽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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