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은 법원이 올해 처음 지정하여 기념하는 '법원의 날'입니다. 가인 김병로 선생께서 초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시어 사법부가 완전히 독립하게 된 날이 1948년 9월 13일입니다. 대구법원도 '법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관들이 대구 지역의 26개 중'고교를 방문하여 강연을 하는가 하면, 16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앞으로 대구법원을 방문하여 다채로운 견학을 합니다. 그 외에도 특별히 여러 계층의 소중한 분들을 초청하여 오픈 코트를 진행하고, 법원사 자료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대구시향의 연주회도 조만간 법원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로널드 드워킨이라는 미국 법철학자는 자신이 쓴 '법의 제국'이라는 책에서, "법원보다 중요한 국가기관은 없으며, 법원만큼 국민들의 큰 오해를 받고 있는 기관도 없다.… 그러나 판사와 판결에 대한 대중의 견해는 유감스럽게도 내용 없는 구호뿐이며 실무에 종사하는 많은 변호사와 판사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하여 글을 쓰거나 말할 때 나타나는 견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미국 법원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대구법원은 되도록 많이 보여드리고 많이 듣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근자에 상고법원의 설치에 관하여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또 국회의 법안 심사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기념하는 법원의 날의 연원이 된 1948년 당시 대법원의 상고사건 접수 건수는 민'형사 합쳐 1천600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통계를 보면 대법원 접수사건이 3만8천 건이 넘었습니다. 24배 정도가 늘어났습니다. 인구 수는 해방 당시보다 2.5배 정도 늘어났는데, 대법원 사건 수는 인구증가율보다 10배 정도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법원은 급격히 늘어나는 상고사건의 부담 중에서도 최고 법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습니다. 1959년에는 대법관과 일반 법관이 함께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는 이원적 구성을 도입하였으나, 별다른 제도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1961년도에 폐지되었습니다. 이어 고등법원 상고부를 두어 상고사건을 분담해 처리하도록 하는 제도가 같은 해 도입되었으나, 이 역시 각 지역의 고등법원에서 상고사건이 분산 처리되는 데 따른 문제점 때문에 1963년도에 폐지되었습니다. 상고사건 자체를 줄이는 방안으로 상고허가제를 1981년도에 도입하였으나 국민이 상고심의 재판받을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1990년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 후 심리불속행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이 역시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에 도입하고자 하는 상고법원안은 그동안 시행되어 왔던 여러 제도가 모두 단명하거나 실패로 끝난 역사적 이유, 대법원에 상고되는 모든 사건의 유형과 성격, 그리고 많은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법문화를 모두 고려하여 고심 끝에 내놓은 현실적 대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생소한 제도여서 걱정과 우려가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는 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재판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키고자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고법원의 설치야말로 국민의 깊은 관심이 함께 있어야 갈 수 있는 도정(道程)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처음 기념하는 '법원의 날'을 맞아 우리 법원에 대한 대구 시민의 관심과 이해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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