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박수 받는 국감을 기대하며

"전쟁이 시작됐다." 국정감사 시작과 동시에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 말이다. "뭘 위한 전쟁이죠?"라는 기자의 물음에 그의 대답은 좀 엉뚱했다. "우수 국감 의원 타이틀이 걸린 피 말리는 승부"란다.

그의 말인즉슨,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국감만 한 게 없는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선 다른 의원실에서 하지 못하는 '한 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국감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다는 점에서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준비하는 보좌진 입장에선 1분 1초를 허투루 보낼 수 없다고 했다.

한 건을 하면, 보상도 짭짤해 당장 신문이며 방송에 의원 얼굴과 이름이 나오고 좀 더 주목을 받았을 때 당에서, 또 시민단체에서 '국감 우수 의원'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아주니 선거 문구로, 또 멋있고 돋보이는 의정보고서를 만드는데 이만한 재료도 없다.

'국감 스타'는 보좌진 노력의 결실이어서 준비 기간부터 종료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일까, 요 며칠 국회의원회관은 꽤 늦은 밤임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되레 불이 꺼진 의원실 찾기가 더 어려우니 그의 말대로 그곳은 전쟁을 준비하는 전략'전술본부 같아 보였다.

'국감 스타'가 되는 방법은 과거 경험 등으로 이미 분석이 끝났다. 보좌진들은 여기에 더해 새롭고 더 기발한 것을 찾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매뉴얼도 다양하다. 일단 양으로 승부하라. 질문지와 요구서를 많이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이 있음을 상대방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구시대적 방법으로 '솔깃한' 자료를 더 많이 확보해 언론의 시선을 끄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시연과 소품을 활용하라. 팻말과 PPT(Power Point'프레젠테이션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는 기본. 문제를 알리고자 현장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상영하고, 소방복'치약 등 소품에다 심지어 동물까지 대동한다.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시선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다.

기회를 포착하라. 송곳 질의에 피감기관이 당황하면 매섭게 몰아붙이는 방법인데, 기회만 잘 포착하면 쩔쩔매는 상대 앞에서 돋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방법은 많다.

하지만 이번 국감만큼은 그 '한 건'이 기교가 아닌 민생을 살피는 마음, 바람직한 방향의 비판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되길 기대한다. 국감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책무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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