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람과 차량 식별 못 하는 CCTV는 왜 달아놓나

전국 16개 시도가 설치한 19만여 대의 폐쇄회로 TV(CCTV) 가운데 46%인 8만6천922대가 100만 화소 미만의 구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화소 미만은 사람 얼굴이나 자동차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하고, 밤에는 물체 식별도 어렵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대구는 더욱 심각해 7천155대 가운데 53%인 3천761대가 100만 화소 미만이었다. 그나마 200만 화소가 넘는 최신형은 36%(2천586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이었다.

CCTV는 설치된 곳의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해 일정 기간 동안 보관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설치 반대론자는 인권 문제와 함께 CCTV와 범죄 발생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실제로 CCTV는 범죄 예방과 사건 발생 뒤 범인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유치원이나 유아원에서의 교사 폭력이 사회 문제가 됐던 것도 CCTV가 아니었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런 순기능 때문에 무엇보다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민은 동네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우범지대나 범죄 취약지구에 CCTV 설치를 늘리는 추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4월 범죄 예방 건축 기준을 고시해 공동 주택이나 학교, 오피스텔 등 일정 규모와 용도의 건축물 주차장에는 CCTV 설치를 강제했다. 일정 부분 사생활 침해를 피할 수 없지만, 국민 안전이 먼저라는 취지다.

그런데 CCTV를 설치하고도 화질 불량으로 범죄 예방이나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요즘은 자치단체마다 구'군이나 도시 전체의 CCTV를 한꺼번에 관리감독하는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기기 제조 기술도 크게 발전해 비명이 난 곳을 자동으로 비추거나 수배, 체납 차량을 자동 인식해 경찰에 차량 번호를 전송하는 CCTV도 있다. 이런 시대에 아직 얼굴과 차량 번호판을 식별조차 못 하는 CCTV가 버젓이 달려 있다는 것은 250만 대도시에 비춰 부끄러운 일이다. 대구시는 CCTV가 시민 안전과 직결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겨 저화질 CCTV를 빨리 교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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