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수난사/ 베스 러브조이 지음, 장호연 옮김/ 뮤진트리 펴냄
'부관참시'는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자르는 형벌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뒤 큰 죄가 드러난 사람에게 내린 형벌이다. 죽은 당사자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의 명예는 처참히 훼손당한다. 후대에 다른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는 일이 혹시나 있기 전까지는, 회복할 수 없다.
부관참시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관참시는 형벌이기도 했지만, 당대의 권력자가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벌인 것이 본질이다. 조선의 왕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 시절 친엄마 폐비 윤씨 폐위에 가담했던 한명회의 관을 쪼개 머리를 베어 저잣거리에 내걸었고, 어머니를 제헌왕후로 추존했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죽은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묘 곁에 묻히길 원했지만, 스탈린은 그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모스크바 광장에 공산주의 선전물로 전시했다. 반대로 정치적 이용을 막은 사례도 있다. 테러 집단 '알카에다'를 이끈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은 저격당한 지 하루 만에 북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무덤을 만들 경우 추종자들이 몰려 추모 분위기가 일까 우려한 미국의 결정이었다.
이 밖에도 책은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한 유명한 위인들'의 다양한 사례를 다룬다. 음악가 하이든의 두개골은 그의 음악적 능력을 골상학적으로 분석해보겠다는 무리에 의해 도굴당해 100년 넘게 자기 몸을 못 만났다. 평소 나폴레옹에게 구박을 받은 한 의사는 나폴레옹 사후 부검을 맡아 앙갚음으로 나폴레옹의 음경을 훔쳤다. 게티즈버그 연설로 유명하며 최초로 암살당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절도 침입을 피해 관이 16차례나 옮겨지는 등 오싹한 인기(?)를 사후에 누렸다. 39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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