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백주 테러사건 60주년을 맞은 우리의 각오

몽향 최석채가 사설로 남긴 유산 이어받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언론 외길 걸어갈 것

1955년 9월 14일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간. 20여 명의 괴청년들이 매일신문사를 습격했다. 국민회 경상북도 총무차장 김민과 자유당 경상북도 감찰부장 홍영섭 등 정치 깡패가 중심이 된 이들은 신문사 직원을 폭행하고, 인쇄 시설을 파괴하는 등 테러를 저질렀다. 전날 13일 자 사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가 이적 행위라는 것이 이유였다.

'요즘에 와서 중고등학생들의 가두행렬이 매일의 다반사처럼 되어 있다'고 시작하는 이 사설은 매일신문 주필, 몽향 최석채(1917~1991)가 썼다. 당시 경북도가 임병직 유엔대표부 상임대사의 대구 방문 길거리 환영행사에 수천 명의 중고생을 동원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북도 사찰과장은 국회진상조사단에 보고하면서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라며 정치 깡패를 옹호했고, 사흘 뒤인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몽향을 구속했다.

당시 매일신문사는 신문 발행이 어렵자 가톨릭출판사에서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해 16일 자에 이 사설을 다시 싣고, 최 주필을 파면하라는 등의 화해 요구를 거부하며 테러와 이를 옹호하는 독재 권력에 대해 끝까지 저항했다. 1956년 3월, 주동자인 김민과 홍영섭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몽향은 5월 8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구매일신문 테러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꼭 60년이 흘렀다. 우리나라 언론사상 유례없는 이 사건은 독재 권력과 불의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후에도 매일신문은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언론을 통제하는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만들자 끝까지 반대해 무산시키는 등 언론 자유를 지키는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매일신문은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은 이런 정신을 계속 잇지는 못했다. 과거 군부독재와 정면으로 맞서 비판의 날을 세우지 못했으며, 어떤 이유에서건 항상 '정의'나 '민주주의'와 같은 절대적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도 많이 부족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백주 테러사건 발생 60주년의 아침을 맞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대구경북 시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언론 외길'만 꿋꿋하게 걸어가겠다는 것이 우리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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