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훈련병 살리려…김중사 가슴으로 막았다

상반신에 100여개 파편·일계급 특진 추서…빈소에 애도 물결

12일 오후 국군대구병원 장례식장.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젊은이에 대한 비통함에 빈소는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육군 제50사단 수류탄 폭발사고로 희생된 고(故) 김원정(27) 중사. 그는 이제 더는 부모님께 기쁜 마음으로 월급을 드릴 수 없게 됐다.

안동이 고향인 김 중사는 대학 재학 중이던 21세에 군 입대를 했고, 의무복무 기간 중 부사관에 지원했다. 1남 1녀의 장남인 그는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빨리 취업해 가족을 책임지겠다고 결심, 부사관에 지원했던 것이다. 김 중사는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자신의 용돈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동에 계신 부모님에게 보냈고, 남은 용돈도 따로 모아 아버지에게 건넬 정도로 효자였다.

한 유족은 "한창 갖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인데 오로지 가족 걱정뿐이었다"며 "얼마나 착하고 효자였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군 생활을 함께한 동료들도 김 중사는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보다 성실한 군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 공부를 마치는 성실함도 보였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다 숨진 김 중사의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했다. 수류탄 투척 훈련 중이던 훈련병보다 김 중사의 가슴에 더 많은 파편이 튄 점 등으로 미뤄 김 중사가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살신성인의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적잖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중사의 몸에는 상반신을 중심으로 100여 개의 파편이 박혔고, 손모(20) 훈련병은 오른쪽 손목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김 중사의 빈소에는 군 생활을 함께한 동료와 백승주 국방부 차관, 김요환 육군참모총장, 이순진 제2작전사령관 등 군 관계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김 중사의 영결식은 15일 오전 8시 국군대구병원에서 50사단장 주관, 부대장으로 치러진다.

한편 13일 김 중사의 1계급 특진이 결정됐다. 육군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김 중사의 1계급 특진을 결정, 상사로 추서(追敍)하기로 했다. 50사단은 "김 중사가 사선통제소대장으로서 훈련병이 안전하게 수류탄을 투척할 수 있도록 임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추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중사는 11일 육군 제5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을 진행하던 중 훈련병의 수류탄이 갑자기 터져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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