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가 들어오면 지역 특산물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원전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고민하는 문제로 최근 영덕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 운영을 맡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적극 반박에 나섰다. 국내 사례만 보면 '현재까지는 아니다'로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원전 운영 기간 동안 대거 내려오는 정부지원금이 해당 지자체의 곳간을 든든히 채우면서 '생산'소비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원전이 운영되는 지역의 특산물을 대거 이용해주기 때문에 원전 운영이 되레 특산물 판매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빛원전이 운영 중인 전남 영광의 경우, 이 지역 최고 특산품 영광굴비가 원전 운영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판매'소비가 늘고 있다. 1970년대 100곳 남짓한 굴비가게는 현재 700곳을 넘어섰다.
판매량도 2005년 1천억원에서 현재 5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고리원전이 운영되고 있는 기장군과 한울원전이 자리한 울진군 고포리도 지역특산품인 미역 판매량이 매년 늘고 있다. 다른 지역 미역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뛰어난 맛과 향으로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또 울진의 특산품 붉은대게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총생산량의 67%가 경북에서 생산됐고, 그중 48%가 울진에서 출하됐을 정도로, 울진은 붉은대게의 메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어류 양식도 마찬가지다. 월성원전(경주)과 한빛원전(영광)은 원자로를 식힌 바닷물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이용, 어류 양식을 하고 있다. 어류 양식은 지역주민과 직원들의 횟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각종 방사능 시료검사에서도 이상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빛원전 취배수로 인근 바다는 지역민들과 전국 낚시꾼들이 매일같이 몰려들어 횟감을 잡아올릴 정도로, 인기 '낚시명소'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감포 미역, 양북 토마토, 영광 모싯잎 송편 등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도 안전한 먹을거리로 국내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운영 이후(폐로)에는 특산물 판매가 타격을 입는 사례가 해외에서 종종 나타나고 있다. 미국 메인주 위스카셋 지역에 자리한 메인양키 원전(90만㎾급)은 1972년 가동을 시작해 수익 등 경제적 이유로 1997년 폐로가 진행됐다. 폐로는 2005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추진됐다.
물론 숙제도 남았다. 이 지역에 보관된 1천434개의 핵폐기물이 든 64개의 관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위스카셋 지역은 도심공동화 현상을 맞게 됐다. 특히 이 지역 특산품인 로브스터가 매출의 물꼬를 찾지 못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원전이 운영될 당시 매년 120억원 이상 들어오던 세금이 현재 8억원(폐기물 보관료)으로 줄었고, 인구도 상당히 감소했다. 돈이 돌지 않다 보니 도시 규모도 축소됐고, 무엇보다 핵폐기물이 남아있는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핵폐기물이 완전히 지역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곳 로브스터를 '핵 로브스터'라고 부르는 이도 생겨났다.
이곳 로브스터 가게 주방장 메튜 씨는 "원전폐기물이 지역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찾으려 하지 않는다. 원전 운영 당시 팽팽 돌아가던 지역경기가, 핵폐기물만 남은 지금은 바닥을 기고 있다"며"이곳의 대표 특산품인 로브스터마저 판로를 찾지 못하면서 도시가 점차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사례처럼 국내는 원전 운영 이후의 관리에 따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품 판매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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