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몽향(夢鄕) 최석채(崔錫采) 주필의 필화 사건이 발생한 지 꼭 육십 년이 되는 지금 우리의 언론은 과연 자유와 권리를 잘 지키며 누리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몽향 선생이 썼던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설이나 당시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지금의 그것과 직접적으로 비교해 언론의 자유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혼란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자유는 어렵지 않게 제한되기도 했던 삭막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백주에 테러를 당했지만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라는 당시 한 경찰 책임자의 망언만 하더라도 당시의 정치와 공권력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일탈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나 독립과 같은 언론 본연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나온 몽향 선생의 그 사설은 당시 격동기의 한국 언론에 정명(正名)을 일깨웠던 하나의 이정표와도 같은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신문이 걸어온 길은 숨 가쁜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근대 신문이 시작된 개화기에는 근대 언론으로서의 역할이 있었다. 정신을 일깨우고 문물을 일신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제로부터 강제 병합되었던 이른바 수난기의 신문은 일제의 탄압에 저항하고 민족지로서의 위상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해방을 맞이하고 전쟁을 겪은 후에도 우리의 신문은 부단히 사회적 격동과 현실을 기록해왔다.
국가 재건과 더불어 융성기를 맞은 한국의 신문은 그 규모와 형식에 있어 실로 놀라운 발전을 보여 왔다. 비록 상업적 자본주의의 팽배와 독과점 현상으로 신문 산업의 위기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으나 신문이 위기를 맞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 본연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몽향 선생이 실천했던 언론의 사명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그것은 매우 소중한 가치이며 후배 언론인들이 이어받아 절실히 되새겨야 할 사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갈수록 자본에 종속되는 언론의 현실과 그 폐해 역시 직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독립이란 언론과 함께 존재하는 사회의 주변 조직들로부터의 독립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그 밖의 언론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언론인 최석채 선생이 지키고 실천했던 가치도 바로 그 같은 언론의 독립이었을 것이다. 사회적 권력을 이용한 부당행위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자세가 바로 언론인으로서 견지해야 할 참된 가치이자 정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은 수레의 양 바퀴와도 같다. 국민이 정당하게 알아야 할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곧게 보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의 자유이자 책임이다. 그럴 때 비로소 언론은 그 어떤 부당한 영향력이나 간섭으로부터 흔들림 없이 스스로의 존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오늘 다시 생각해보는 '학도 사설'과 필화 사건은 우리 언론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 성찰하고 일신하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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