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무조사 겁나서…" 수성구 세입자 이사 고민

국세청, 고액 전세 거주자 정조준 예고…"나도 모르는 탈법 있을 수" 부동산 찾아

"수성구, 떨고 있니?"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에 7억원 전세를 살고 있는 변호사 A씨는 최근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국세청이 고액 전세 세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별다른 탈세 행위를 한 적은 없다"면서 "나도 모르는 탈법이 있을 수 있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조만간 이사갈 생각이라고 했다. 범어동 B아파트에서 5억3천만원 전세를 살고 있는 자영업자 김모(51) 씨도 요즘 부동산중개소를 자주 찾는다. 세무당국의 강력한 세무조사 예고에 자칫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스럽다는 것. 김 씨는 "세무조사는 피하고 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고가 아파트와 고층 빌딩들이 몰려 있는 대구 수성구가 떨고 있다. 국세청이 고액 전세 세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부산'대구 등 전세가 급등한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수성구는 한 해 평균 전세금이 30%가량 뛰며 시'군'구 단위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전세 가격이 가장 비싸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7월 기준)을 보면, 3.3㎡ 당 전세 가격은 서울 강남구(2천228만원)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구 수성구(945만원)가 가장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수성구는 서울'부산과는 달리 학군과 부촌이 수성구 한 곳에 집중돼 있다. 범어동 등 특정 지역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곳이어서 세무당국의 칼이 조준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수성구는 전세 금액이 4억~7억원 정도의 고가이며, 월세 또한 보증금에 따라 2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까지 걸쳐 있으며 대부분 고소득 전문직이 세입자라고 공인중개사들은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국세청은 연소득이 1억원 미만으로 일반 회사원 수준인데도 별다른 자금 증빙 없이 고액 전'월세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계약자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냈다가 나중에 계약자의 부모가 이를 대신 갚아주는 식으로 증여세를 피하는 편법이 동원된다"며 "고액 전세 거주자들을 촘촘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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