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 늑대로 돌변한 여성청소년계 경찰

독자투고엔 여름철 성범죄 조심하라더니, 10대 여성 성폭행 혐의로 대기발령 상태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예방을 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기발령을 받았다(본지 14일 자 8면 보도)는 사실이 공개되자 고령군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 경찰관은 투고'강연 등을 열심히 해온 '경찰 홍보맨'이어서 지역민들의 박탈감이 더 크다.

고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담당인 A(42) 경사는 2013년 5월부터 이 업무를 해왔다.

A경사가 B(19) 양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이다. A경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오던 중 B양을 알게 됐다. B양이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자 일자리를 알아봐 주면서 A경사와 가까워졌고 '사건'이 터졌다.

B양의 지인이 지난달 26일 여성긴급전화(1366)에 "A경사가 B양을 성폭행했다"고 신고를 하면서 이 같은 일이 알려졌다.

그동안 A경사는 고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담당을 하면서 한 달에 2, 3번씩 언론사에 독자투고를 보내올 정도로 경찰 홍보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A경사가 언론사에 보내온 독자투고 내용은 '경미한 청소년 범죄는 즉결심판. 훈방권 확대 필요' '가정해체까지 부르는 농촌 도박 방지 교육 필요' '112 허위신고, 엄격한 범죄 인식 필요' '컴퓨터게임'스마트폰 중독, 가족규칙 만들어 함께 해결해야' 등 다양한 내용이었다.

특히 지난 7월 언론사에 보내온 여성 성범죄 관련 독자투고에는 "여성을 노린 성범죄 사건은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숨기지 말고 반드시 의사를 분명히 밝혀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여성관련 범죄를 줄이는 데 앞장서왔다.

A경사는 고령의 초'중'고등학교를 순회하며 학생들을 상대로 청소년 범죄와 성범죄, 교통법규 준수 등의 강의를 수차례 했다. 또한 고령에서 발생하는 여성 관련 범죄는 대부분 A경사 담당이었다. 게다가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을 순화시키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것 역시 A경사의 몫이었다.

고령 군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찰관의 행동에 대해 "고령경찰서 직원들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령경찰서가 지역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았던 것도 지적했다. 지역과 소통이 안 되고 폐쇄적인 조직을 이끌어 오다 보니 경찰관이 범죄까지 저질렀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딸을 키운다는 한 주민은 "여성청소년담당 경찰관이 이런 짓을 한다면 누가 경찰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기겠느냐"며 "경찰관이 더 무서워서야 어찌 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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