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M 예식장→장례식장 용도 변경 논란

"혐오시설로 재산권 위협"-장례식장은 편의시설"

포항시 남구 해도동 M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상권 위축 등 주변 황폐화를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해도동 M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상권 위축 등 주변 황폐화를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의 한 예식장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장례식장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설 경우 마을 전체가 황폐화될 수 있다며 인근 주민들이 강력히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업체 측 역시 장례식장은 주민 편의시설일 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맞서고 있어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주변 황폐화 '장례식장 절대 안 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최근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M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M웨딩홀은 연면적 5천887.56㎡'지상 1층'지하 5층 규모이다. 업체 측은 웨딩홀 건물을 리모델링해 8개의 빈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네 한복판에 장례식장처럼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땅값 하락 등 황폐화가 자명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또한 장례식장 예정 부지 인근에 대해초등학교와 대해시장 등이 있어 학생들의 정서는 물론 상권 위축 가능성이 높다는 것.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장례식장 건립을 반대하는 3천829명의 서명을 받아 포항시와 시의회, 국회의원 사무실에 제출했다. 지난 7월부터는 매달 1, 2회씩 M웨딩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해도동은 포스코 등 철강공단이 있는 지역의 초입으로, 예전부터 각종 공해 등 피해를 주장해 오던 곳이다. 지금도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초기 난개발로 인해 단독주택 등 오래된 건물이 많고 철강공단 인근 지역이라는 이미지 탓에 뚜렷한 발전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불빛축제와 해도근린공원 등 해도동을 기점으로 포항시의 이미지 개선사업이 시작되며 주민들의 아쉬움이 달래질 무렵, 이번 장례식장 문제는 새로운 기폭제가 됐다.

박호열 장례식장반대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해도동은 포항의 자랑인 포스코의 입구며 동해로 나가는 관문이다. 남의 집 대문에 상여를 둘러메고 오는 것은 포항을 우습게 보는 일"이라며 "해도동은 공단 노동자들이 퇴직하고 집 하나만 달랑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주변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재산권은 물론 생존권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혐오시설 '아니다', 장례식장은 편의시설

해도동 장례식장 문제는 지난해 9월 대구지역 자본가 4명이 M웨딩홀을 인수하며 시작됐다. 노후화된 건물과 포항지역 예식산업의 전망 등을 고려한 이들은 인수 이후 장례식장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지난 7월 포항시에 건물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들의 신청은 포항시에 의해 한 차례 반려됐다. 제출한 서류에 '용도변경'이 '증축'으로 잘못 표기돼 있는 등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려 소식이 잘못 알려지면서 한동안 M웨딩홀의 장례식장 변경이 보류됐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12일 용도변경을 재신청하면서 장례식장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M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변경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은 아무것도 없다. 해당지구가 상업지구이며 장례식장이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이 아닌, 사업 등록 대상이기 때문이다. 식당 위생 등 일부 규정만 충족된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즉시 개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포항시가 용도변경 허가에 곤란한 입장을 나타내자 사업주 측도 주민 달래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해도동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매년 마을발전기금 2천만원을 내놓기로 약속하는 등 회유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성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M웨딩홀 설계대리인은 "누구나 한 번쯤 부모님 등 소중한 가족을 모시는 장례식장이 어떻게 혐오시설이겠느냐. 오히려 포항 시민들의 올바른 장례문화를 위한 편의시설이 될 것"이라면서 "주민들과 자주 소통하는 한편, 노인복지기금과 장학금 등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침체된 포항 예식산업

M웨딩홀은 1988년 처음 문을 연 이래 지난해까지 26년간 예식사업을 펼쳐온 포항의 대표적 웨딩컨벤션 시설이다. 초기 창업주 이후로 2대째 사업을 이어오다 지난해 운영을 포기하고 건물을 매각했다.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 포항에 있는 7곳의 예식시설(호텔 포함)도 최근 침체된 포항 경제와 작은 결혼식 등 예식 트렌드 변화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M웨딩홀을 인수한 사업주 역시 초기 예식사업 지속을 타진해 봤지만 더 이상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해 장례식장 변경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M웨딩홀 사업주는 "자본을 투입해 예식업을 다시 하기에는 포항의 예식산업이 포화 상태였고 다른 사업을 하기에도 포항 경기가 너무 위축돼 섣불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니면 왜 1년이나 끌었겠는가"라고 했다.

이처럼 사업주의 이익과 인근 주민들의 거부감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포항시에서도 현재 장례식장의 용도변경 허가를 섣불리 결정짓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포항시 건축과 관계자는 "양측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도록 권유만 할 수 있을 뿐 시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우선 건축심의위원회에 의견을 물어 처리할 생각이며 지금은 시에서 뚜렷한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