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처럼 달콤한 맛. 키스사과를 아시나요?'
포항 북구 죽장면 상옥마을. 이곳은 요즘 온통 사과 향기로 덮여 있다. 마을 초입부터 빨갛게 물든 사과는 가을을 알리는 향긋한 전령이다. 첫 키스처럼 달콤하고, 수줍은 볼처럼 새빨간 사과가 자꾸만 입술을 유혹한다.
포항시내에서 승용차로 50여 분. 창문을 한껏 열고 높은 고갯마루를 건너다보면 시원한 바람이 팔을 간질인다. 해발 약 450m의 상옥마을은 포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동네다. 그만큼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더 향이 짙어지는 사과의 특성상, 상옥마을은 과수농사를 하기에 가장 적격인 셈이다. 실제 전체 183가구 중 70여 가구가 사과농사를 지을 만큼 상옥마을의 사과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이런 상옥마을의 장점을 알아챈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농업기술원, 삼성경제연구소, 웰스토리, 경상북도, 포항시 등과 함께 상옥마을의 특성을 살려 올해 스마일 사과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경북의 대표 특산물인 사과를 더 다양한 모습으로 개발해 수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상옥마을만의 고유 브랜드 '키스(Kiss)사과'다.
사과에 입술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비밀은 키스사과만의 독특한 성분에 있다. 경북대학교에서 개발한 친환경 목재추출액을 영양분으로 공급해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류' 함양을 극대화했다.
이 폴리페놀류가 입안 세균과 결합해 구취를 없애주기 때문에 연인들끼리 키스하기 전 먹으면 좋다는 뜻에서 붙여진 깜찍한 이름이다. 물론 상옥마을만의 풍부한 사과향은 달콤한 키스 시간, 연인에게 주는 덤이다.
특수 사과라고 해서 혹여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큰 오산이다. 사실 상옥마을 사과는 우리가 마트 등에서 흔히 보는 일반사과보다 먹기에 까다롭다. 당분을 높이거나 크기를 키우기 위한 약품처리를 꺼리는 탓에 크기도 작고 단맛이 덜하다. 대신 단단한 과육과 풍부한 향은 이러한 점을 보충하고도 넘친다.
나무에 열린 사과를 바로 따 먹어보니 힘주어 물어도 쉽사리 갈라지지 않는다. 과육이 워낙 단단하게 뭉쳐 있기 때문이다. 일반 사과와 상옥마을 사과를 저울에 달아보면 같은 부피라도 상옥마을 것이 훨씬 무게가 많이 나갈 정도다.
한입에 물어 씹어보면 시원한 과즙과 함께 알싸한 사과 특유의 향이 양껏 퍼진다. 농약을 많이 뿌린 요즘 사과에서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사과 고유의 향이다.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집에 들러 길가 과수원에서 몰래 서리해 먹던, '아! 원래 사과 맛이 이랬지'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다.
상옥마을 키스사과 김진철 작목반장은 "보통 사람들은 분홍빛의 보기 좋은 사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데 정말 좋은 사과는 핏빛처럼 검붉은 것이다. 이런 사과가 잘 익은 것이고 영양이 풍부하다"면서 "상옥마을 사과는 당도와 경도가 높아 아삭거림이 월등하고 사과 고유의 씁쓸한 향기도 잘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키스사과를 일반 가정에서 만나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올해 처음 개량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확시기는 오는 11월 초순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농업기술원의 성분 분석, 상품화 점검 등 강도 높은 테스트를 거치면 1, 2주 정도는 더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상표 및 디자인 개발, 유통은 삼성(제일기획)과 농식품부의 전문성을 활용해 우리나라 각 가정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끝으로 상옥마을 키스사과를 맛보고 싶다면, 각 사과에 새겨진 '스마빌(스마일 빌리지의 약자)' 글자를 꼭 확인하도록 하자. 사과가 익어 색깔이 들 때쯤 특수 스티커를 부착해 저절로 광합성 작용을 통한 글자와 마크가 새겨지도록 한 아이디어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김진한 센터장은 "사과는 경북이 국내 생산량 점유율 1위로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창조농업 및 6차 산업 고도화를 위한 좋은 소재라 생각했다"면서 "단순한 농업 생산에 그치지 않고 키스사과를 활용한 스낵과 와인 등 부가가치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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