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촉나라는 사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져서 해가 떠있는 시간이 짧고, 하늘에는 늘 운무가 짙게 덮여 좀처럼 해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개들이 모처럼 해를 보면 이상히 여겨 짖었다"는 옛이야기에서 온 말이 '촉견폐일'(蜀犬吠日)이다.
첫 번째는 식견이 좁아서, 예삿일이나 정상적인 일들을 보고도 크게 놀라서 화를 내고 큰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 주민들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수성구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지 1년이 지났다. 의정활동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공무원들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하는 일부 주민들, 공무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일부 의원들,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안에 대해 펄쩍 뛰는 일부 공무원들,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들 중에는 촉견폐일하는 이가 없었는지 뒤돌아볼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도 먼저, 나 자신의 행동이 그러하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이켜본다.
두 번째는 식견이 좁은 사람(촉견)이 선하고 어진 사람(해)을 오히려 비난하고 의심한다는 비유로도 사용된다. 일제강점기 동안 독립투사들의 고난의 행군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과 그분들의 자손들이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해방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친일파의 자손들(조상의 친일 행적을 반성하는 자손이 있고, 오히려 애국자라고 왜곡하는 자손도 있다)은 고위직에 오르고 잘 살아가는데, 독립투사의 자손들은 어렵게 살아간다는 소식을 가끔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1948년 5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제헌국회는 정부 수립을 앞두고, 애국선열의 넋을 위로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친일파 청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헌법에 둔다. 이에 따라 제헌국회는 친일파를 처벌할 특별법 제정에 착수,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한다. 반민특위는 1949년 초 일제에 협력한 군인, 검찰, 경찰 등을 시작으로 정'관계, 종교'문화계 등의 친일파 인사들을 속속 검거(약 680명)한다. 반민특위의 활동은 이승만 정권에 참여하고 있던 친일파, 특히 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친일파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으므로 이승만 정권과 친일 잔재세력은 반민특위의 활동을 무산시키기 위해 집요한 방해공작을 벌인다.
이승만 대통령은 반민특위 활동으로 민심이 소요되어, 부득이하게 반민특위 산하 독자적 경찰권을 가진 특별경찰대를 해산한다는 담화를 11일 발표한다. 1949년 8월 22일 반민특위 폐지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은 1951년 2월에 폐지되어 친일파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완전히 사라진다. 친일한 자를 제대로 벌하지 않았으니 일본이 대한민국을 어떠한 국가로 보겠는가, 죄에는 그에 합당한 벌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어느 누가 국가와 사법제도를 신뢰하겠는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등 3개국뿐이다. 사법제도가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법치에 대해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촉나라 개가 해를 볼 때마다 짖어도 해에는 영향이 없으나, 그러한 일이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면 사회구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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