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운동 전태일 비중, 독립운동 유관순의 3배 많았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인물 서술 비중, 일반 상식과 달라 갸우뚱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가 뜨거운 논란으로 부상한 가운데 현재 고등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서술 비중이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방식은 교과서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는 노동운동가 전태일에 대해서 그의 분신으로 노동자들의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사진과 그의 평전 내용 등을 자세히 다뤘다. 반면 여성 독립운동가 유관순에 대해서는 기술 자체가 없거나 이름만 겨우 언급한 정도로 간략히 처리했다.

박진용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전 겸임교수(전 매일신문 논설실장)가 현재 사용 중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11종(2014년 판 검인정'비검인정 10종, 2010년 판 국정 1종)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 4명(안중근, 유관순, 김좌진, 전태일)에 대한 본문, 사진, 참고 주, 참고자료, 도표, 활용과제 등 서술 분량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해 11종 교과서 총점수를 매긴 결과 유관순은 20.7점, 안중근은 46.0점, 김좌진(청산리대첩)은 55.0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전태일은 60.5점으로 근현대사 최고 수준의 인물로 부각되고 있었다. 전 씨의 죽음을 탐구문제로 제시한 교과서도 있었다.

유관순은 11종의 교과서 가운데 4종에서 이름 한 줄 거명되지 않았다. 반면 전 씨 내용은 전체 교과서가 다양한 장르에서 다루는 것은 물론 10종의 교과서가 관련 사진을 싣고 있었다.

박 전 겸임교수는 "교과서가 다룬 역사 인물의 비중은 국민 정서나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딴판이었다"며 "역사 해석에서 보편적 규범을 마음대로 벗어나서는 안 되며, 이는 역사교육의 일탈로 이어질 염려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와 관련 역사교과서 8종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분석에 따르면 의열단을 조직해 무장 항일투쟁을 벌이다 월북한 뒤 북한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김원봉 조선혁명당 의열단장에 대해 8종 교과서 모두 언급된 데다 기술 분량도 유관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서재필, 안창호, 이승만 등의 활동 사실은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됐다.

상당수 교과서가 '건국'의 가치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이승만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공'(功)에 대해서는 단순 서술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희정부에 대한 평가도 지나치게 인색하며, 반면 김대중'노무현정부 관련 서술은 주로 공에 초점을 맞췄다.

또 한반도 구석기시대 시작 시기를 '기원전 100만 년 전'부터 '기원전 30만 년 전'까지 교과서별로 다양하게 서술했으며, 6'25전쟁 관련 국군의 압록강 진격일'흥남 철수작전 개시 시점도 교과서마다 제각각 적고 있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단순 서술로 그치거나 서술을 아예 하지 않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거의 단순한 사건인 양 기술했으며, 천안함 피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되는 상황에서 역사적 사실이 교과서별로 다르게 게재되는 것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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