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7일째 계속 중이지만 예년과 달라진 것은 없다. 피감기관에게 호통을 치고, 질의를 한답시고 '장광설'만 늘어놓고서는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으며, 인격모독성 발언으로 망신을 주는 행태는 그대로이다. 1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공세는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홍종학 의원은 7분의 질의'답변 시간 가운데 6분 53초 동안 정부정책을 비판한 뒤 답변을 요구했다. 답변을 듣기 위한 질의가 아니라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질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박영선 의원은 한 술 더 떴다. 박 의원은 내수 추이와 관련한 기획재정부 자료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해명하려 하자 "기다리시라. 제 질문 시간을 잡아먹으려고 하느냐"며 말을 끊었다. 이어 "얼굴은 빨개지셔가지고"라는 조롱조의 말도 뱉어냈다. 이를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내 얼굴이 다 빨개졌다"며 탄식했다.
질의가 이런 식의 모욕주기로 흐르니 답변 또한 감정 섞인 되받아치기가 된다.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김대환 위원장에게 "저보다 오래 사셨지만 사용자와 기업가들의 생리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한마디로 "오래 살았으면서 그것도 모르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김 위원장도 지지 않고 "저보다 덜 살아서 재벌과 사용자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모욕적 질의에 냉소적 답변이다. 이쯤이면 국정에 대한 건전한 지적과 토론은 불가능하다.
이런 몇 가지 사례는 국회의원들의 오만이 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국감은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점검하고 건전한 질의와 답변을 통해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의 국감은 이런 목적을 망각한 채 국회의원이 있는 대로 '갑질'을 하는 자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해마다 국감에 앞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비판이 나왔지만 '갑질 국감'이란 고질병은 해마다 도진다. 국회의원들은 똑바로 알아야 한다. 국민이 피감기관이나 증인에게 갑질이나 하라고 국민의 대표 자격을 준 것이 아니고, 국회도 갑질 경쟁의 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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