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모창능력자 섭외 어려워 막판 녹화 무산도 잦아
노력한 만큼 티가 나는 일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때론 노력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아 실망할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꽤나 무책임한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선을 다한 후에 마지막 남은 기운까지 쏟아야만 받아든 결과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리고 대개는 그렇게 온 힘을 기울여 만든 결과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다. 예능계에도 이 정의에 걸맞은 프로그램이 있다. 기획력에 추진력, 또 끈기까지 갖추고 정면 승부하는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다. 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서너 배에 달하는 수고를 감수하며 시즌4까지 정주행하고 있다. 시즌4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JTBC 인기 콘텐츠 '히든싱어'에 대해 살펴봤다.
◆JTBC 채널 인지도 높인 일등공신
2012년 말 파일럿 형식으로 첫선을 보인 '히든싱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포맷을 선보이며 방송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일회성 웃음 소재, 또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나 주인공으로 부각되던 '모창능력자'를 메인 무대에 세워 원곡의 가수와 맞대결을 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B급' 재미 요소로 분류되던 모창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보여주는 그 솜씨가 놀라웠다. 출연자들을 블라인드 뒤에 숨겨둔 채 목소리만 들려주며 '누가 진짜 가수냐'고 물음을 던졌고, 동시에 모창능력자들의 재주에 놀란 원조가수의 표정 변화를 보여줬다. 한 차례 열창으로 듣는 재미를 던져준 뒤에는 모창능력자들의 진심 어린 팬심을 부각시키며 감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모창을 듣고 원조가수를 맞혀보는 재미, 여기에 가수와 팬이 어울려 자아내는 뭉클함, 또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온 가수에 대한 존경의 뜻까지 담아내며 다채로운 재미를 줬다.
파일럿 방송 이후 호평이 쏟아졌고 정규 편성된 후 올해 시즌4 방송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회차별로 편차는 있었지만 평균 4~6%대, 최고 1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지상파를 위협했다. 이승환·휘성·이재훈·이선희·이문세 편 등 특정 회차는 실력파 모창능력자들과 베테랑 가수의 만남으로 뛰어난 화제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 김광석 편에 이르러서는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리마스터링한 김광석의 생전 목소리를 들려주며 모창능력자들과의 대결을 주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원조가수가 빠진 무대임에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끌어낸 것뿐 아니라 전설적 가수에 헌사를 남기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승환 편은 전 곡을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소화하며 음악 프로그램으로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원조가수 없이 모창능력자들 간의 경합을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시도 역시 참신했다.
'히든싱어'의 인기는 타 프로그램 기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얼굴만 보고 실력자와 음치를 가려내는 형식으로 '히든싱어'의 장점을 절묘하게 틀어 새로운 콘셉트로 재창조한 프로그램이다. 가면을 쓴 가창자의 실체를 맞혀보는 MBC '복면가왕' 역시 '히든싱어'가 개척해둔 텃밭이 없었더라면 제작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음악적 요소와 오락적 재미를 절묘하게 조합한 콘텐츠로, '히든싱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콘셉트다.
JTBC의 입장에서도 '히든싱어'는 채널 인지도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려 준 공신이다. 2011년 12월 개국 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인지도가 떨어져 아쉽게 종영한 프로그램이 많았던 게 사실. '히든싱어'가 개국 후 1년여 만에 화제작 반열에 올라 물꼬를 텄고 이 여세를 따라 '마녀사냥' '썰전' 등 인기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채널의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매회 방송분이 특집 그 자체
서두에서 강조한 것처럼 '히든싱어'는 타 예능 프로그램 대비 곱절 이상의 힘을 쓰며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강도 높은 노동량 때문에 '히든싱어'에 투입되는 PD들은 '시즌을 마칠 때까지 일만 하고 살겠다'는 각오를 하고 들어간다. 돌발 상황과 변수도 많아 혹시나 닥칠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일단 섭외부터 문제다. 가수를 섭외할 때 인지도와 경력은 물론이고 해당 가수의 모창능력자들을 모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 '히든싱어'가 인기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모창능력자들과의 대결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가수가 많지는 않다. 막상 섭외에 응한 상태에서도 여러 이유로 망설이고 망설이는 경우가 다반사라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시청자와 현장 관객들의 귀에 모창능력자들과 가수의 목소리가 혼동될 정도로 비슷하게 들려야 완성도가 올라가는데 이 조건을 맞춘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삼고초려 끝에 가수 섭외를 마치고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모창능력자들이 없어 녹화가 무산된 경우가 있다.
물론, '히든싱어'에 지원하는 모창능력자들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단순히 모창 수준이 아니라 가창력을 갖춘 실력파들의 지원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히든싱어'가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특정 가수의 창법을 따라 해야 하는 성격의 프로그램인 만큼 지원자 중 무대에 오를 이를 선발하는 과정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시즌 시작에 앞서 꾸준히 오디션을 실시해 예비 참가자들을 모으고 수차례 심층 오디션 및 경합을 벌여 힘겹게 최종 출연진을 꾸린다. 마냥 참가자들의 지원을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어 주변을 뒤지고 수소문해 모창능력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매 회차별 모창능력자들의 수준 차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도 제작진은 이런 상황을 감수하고 시청자의 귀를 현혹시켜야만 한다. 이 때문에 모창능력자를 치열하게 트레이닝시키고 해당 가수의 노래 중 가장 원곡의 목소리와 비슷한 소절을 파악해 배치하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는 상당한 변수가 작용한다. 방송 직전 감기에 걸리는 참가자가 나오는가 하면 기대와 달리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 아쉬움을 주는 참가자도 나온다. 방송 직전까지도 연습은 이어지며 그래도 최종 출연진의 퀄리티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교체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승환 편의 경우 지원자 수가 '역대급'으로 많았는데도 출연자들을 적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아 전원 교체를 고려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제작진은 방송의 재미를 위해 원조가수를 불리한 지점에 두고 모창능력자들의 목소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원조가수가 블라인드 뒤에서 부를 소절을 최소화하거나 정체가 드러날 만한 결정적인 소절을 빼앗아 모창능력자들에게 주는 식이다. 이런 재치 있는 전략 때문에 모창능력자들이 원조가수를 이기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단, 경합에서 원조가수를 힘들게 만들면서도 해당 가수에 대한 조명은 절대 게을리하지 않는다. 업적과 발자취를 돌아보고 존경의 뜻을 표하며 훈훈함을 자아낸다. 가수가 기분 나빠하지 않는 선에서 그를 괴롭혀야 하고 동시에 실력을 알려야 한다. 또 모창능력자들에 대한 집중도 역시 높여야 한다. 두말할 것 없이 힘든 일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한쪽에선 녹화를, 한쪽에선 섭외를, 한쪽에선 트레이닝에 열을 올린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작업. 그중 하나만 어긋나도 혹평을 듣게 되니 까다롭다. 이미 모창능력자들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거나 개성 있는 목소리의 가수들이 한 차례 '히든싱어'를 거쳐 간 터라 섭외도 원활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한계가 보인다'는 말도 듣지만 어쨌든 올해도 '히든싱어' 팀은 시즌4를 내놓는다. "한 편, 한 편을 특집이라 생각하고 제작 중이다" '히든싱어'의 수장 조승욱 PD의 말이다. 연출자의 호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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