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청와대와 무대, 그리고 유승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의 합의를 이끌어 낸 뒤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 앞서 가진 티타임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이날 티타임은 '글루텐'이 없는 국산 쌀 가공제품이 화제였다.

박 대통령이 국산 쌀로 만든 빵과 아이스크림 등에 대한 홍보와 소비를 강조하자, 안종범 경제수석은 "홈쇼핑 호스트 같다"고 해 좌중이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남북 간 8'25 합의 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수직 상승한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양새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음 날 시작된 박 대통령의 방중(訪中) 길도 가벼웠다. 되돌아오는 길 역시 한중 관계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성과를 안은 채였다. 그리고 며칠 뒤인 7일 박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하면서 안종범 경제수석과 함께 평소 외부 행사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던 비서관들까지 대동했다.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의 표정도 밝았다.

반면 이날 대구지역 국회의원 상당수는 심기가 불편했다. 박 대통령이 대구시 업무보고를 받았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환영 인파로 북적였던 서문시장을 각각 지역구로 둔 이종진 의원과 김희국 의원은 더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경주 왕궁 복원 현장을 찾았을 때 해당 지역구 의원인 정수성 의원도 초청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를 두고 북한의 비무장지대 포격 도발로 취소되기 전 예정됐던 대구경북 방문 행사에서는 대구 의원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대구발(發)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물러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참석을 청와대가 껄끄러워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박 대통령과 참모진들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청와대 입김이 상당히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무대'(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을 6개월여 남긴 지금까지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총선에서의 청와대 입김을 최대한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대구 정치권의 좌장 역할을 해온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선택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