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사는 직장인 장모(45) 씨는 단골 과일가게와 빵집, 세탁소, 중국집이 최근 문을 닫아 서운하다. 상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로 친하게 지냈지만 상가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하나둘씩 떠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집 주변에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을 앞두고 있어 월 70만원 정도이던 상가 세가 150만원까지 올랐다. 월세를 견디다 못해 모두 떠나고 있다"고 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 열기에 재건축 아파트 단지까지 가세하면서 이른바 똘이분식, 꼭지머리방, 순이네세탁소 등 생계형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반월당에 현대백화점이 입점하고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약전골목 임대료가 치솟아 토박이 약업사 상인들이 밀려나는 '불편한 진실'과 닮았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도심이 정비되는 대신 역설적으로 서민들이 중심인 골목상권은 붕괴되고 상가 난민이 양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만촌동 한 재건축 지역에는 최근 헬스장, 과일가게, 빵집, 토스트 가게 등이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터전을 옮겼다. 대구시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수성알파시티 역시 인근 시지지역 상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임대료가 올라 생계형 상인들이 한숨짓고 있다.
수성3가에 입주할 예정인 한 아파트 근처에서 과일가게를 하던 A씨도 곧 상가 유랑 대열에 합류한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3층짜리 건물가격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뛰는 바람에 임대료까지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남구나 서구 쪽 점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상가 난민이 떠나간 자리는 유명 커피전문점, 빵집 등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로 채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비싼 신규 아파트엔 구매력이 큰 잠재 고객이 터를 잡아 새 상권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골목 상인들이 밀려나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부동산 호황의 어두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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