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으로 본사를 이전, 경상북도의 새 식구가 된 한국도로공사가 이전 후 첫 국정감사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빚덩이'방만 경영에다 현직은 물론 퇴직 직원들에게까지 특혜를 베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리경영을 외면하고 있다는 질타까지 받았다.
하이패스를 늘리면서 요금수납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한 사실은 향후 조직 운영 과정에서의 적잖은 마찰음을 예고하고 있다.
◆논란#1…2018년 부채 30조원 넘을 듯
7일 김천혁신도시 내 한국도로공사(사장 김학송'이하 도공)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과 박수현 의원은 잇따라 도공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10년 22조8천547억원이었던 도공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26조4천622억원까지 불어났다. 1년에 포항시 한 해 재정 규모에 육박하는 1조원 가까운 빚이 도공 장부에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도공은 부채 감축을 위해 투자 규모 조정, 고속도로 운영비 절감, 휴게시설 운영권 등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2017년 약 5조9천억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의원들은 신뢰하지 않았다.
민 의원은 "도공의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안을 들여다보면 2018년 부채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5년간 가용 재원 및 차입 원리금 예산 상황을 보면 가용 재원으로는 차입 원리금조차 상환치 못해 차환이나 신규 차입을 통해 빚을 갚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도공이 갖고 있는 부채 감축 계획은 결국 제 살 깎기"라며 "이미 투자하기로 계획된 고속도로 건설 투자 시기를 늦추는 것과 운영권과 유휴부지 매각 등의 핵심 자산 매각은 결국 도로공사의 미래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했다.
◆논란 #2…직원 51만번 고속도로 공짜 이용
민홍철 의원은 "도공이 급속도로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 속에서도 제 식구 챙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도공이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에 인쇄물 수의계약을 몰아준 것은 물론, 지난해 휴게시설 운영자 선정에서도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에서 전액 출자한 A업체를 5개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자로 선정하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공사 직원들은 2013년 이후 올해 5월까지 2년간 약 51만 번이나 공짜로 고속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은 "도공은 '유지관리업무확인권'이라는 고속도로 출퇴근 무료통행권을 발급해 사용해 왔는데 이 중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사용이 확인된 것만 50만9천950매이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사용 현황은 폐기돼 수량과 사용자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도공 직원들이 출퇴근 중에 고속도로 사고, 낙하물 발생, 도로 파손 등을 신고하라고 발급된 유지관리업무확인권이 실제 용도로 사용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로 올해 1분기 도공 콜센터에 신고된 3만6천433건 중 도공 직원이 신고한 것은 0.12%인 단 45건에 불과하다.
도공은 유지관리업무확인권 발급을 위해 상위법과 다른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시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료도로법 시행령과 영업규정에는 '건설'유지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도로공사 소유 차량'에 대해서만 무료통행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으나 도로공사는 이와 별도의 자체 업무규정에서 '고속도로 유지관리 또는 출퇴근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직원 개인 소유 차량'까지 유지관리업무확인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공은 이에 대해 "직원들은 문제를 발견하면 콜센터로 전화하기보다는 해당 부서 등에 직접 전화를 걸기 때문에 콜센터 접수 현황에 집계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하고 "유지관리권 운영에 문제점이 없는지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논란 #3…기상관측 장비 고장나도 안 고쳐
경북 고속도로에 설치된 기상관측 설비 대부분(87.5%)이 고장 난 상태지만 도공의 투자 부족으로 제때 수리하지 못해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박수현 의원이 도공에서 제출받은 '자체보유 기상관측 설비 현황'에 따르면 올해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50개 중 48%에 해당하는 24개가 고장 난 상태다. 이 중 대구경북에 설치된 8개는 87.5%인 7개가 고장 난 상태다.
도공이 보유한 기상관측장비는 노면 온도 측정 설비 36개(대구경북 7개), 자동염수분사장치의 부속설비 11개(대구경북 1개), 시정계 외 설비 3개 등 모두 50개가 운영되고 있다.
노면온도측정 설비는 겨울철 고속도로 노면 온도를 측정해 노면이 얼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중요한 설비이지만 대구경북에 설치된 7개 중 단 1개만 정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심각한 것은 자동염수분사장치에 부속돼 설치된 설비다. 이 장치는 겨울철 노면 온도를 측정해 노면이 얼어붙었을 경우, 자동으로 제설제를 뿌리는 고속도로 안전의 핵심이 되는 장치이지만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11개(대구경북 1개) 모두가 고장 난 상태로 겨울철 고속도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고장 난 장치가 태반이 넘어가지만, 도공은 올해 고작 193만원을 들여 3곳을 수리하는 데 그쳤다. 또 경비 부족을 이유로 근본적인 수리는 하지 못한 채 간단한 유지보수만 시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2013년 51개 중 13개, 2014년 51개 중 20개, 2015년 50개 중 24개 등 매년 고장이 반복되고 고장 나는 설비 개수도 늘어나고 있다.
박 의원은 "부채감축 압박은 이해하지만, 도공이 최소한의 유지보수 비용마저도 삭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관련 투자는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완영 의원(새누리당, 칠곡'성주'고령)은 "도공의 적재불량차량에 대한 고발건수는 2013년 8만3천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오히려 6만여 건으로 줄었다"며 "최근 5년간 낙하물로 인한 사고건수는 204건으로 간신히 사고를 피하거나 실제 교통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낙하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도공의 적재불량 차량에 대한 저조한 단속은 운전자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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