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명 진화할수록 더 치열해진 전쟁…『전쟁과 문명』

전쟁과 문명/허남성 지음/플래닛 미디어 펴냄

전쟁은 무엇이고, 왜 발생하며, 사람들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이 책 '전쟁과 문명'은 전쟁을 '종합적 사회현상'이라고 규정한다.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사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철학, 과학, 기술 등 인간사회 여러 분야의 융합과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 발생 이전부터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을 겪어왔다. 문명이 진화하는 것처럼 전쟁 역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조직화되고, 대규모로 발전해왔다. 인류사의 갖가지 혁명은 종국적으로 전쟁혁명을 불러왔으며,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으로 연결되었다.

독일 군인이며 군사 평론가로 프로이센 육군 건설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경험이지만, 실전을 언제나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경험으로써 군사사(軍事史)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인의 경험, 선대의 경험으로 직접 경험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군사사와 군사이론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쟁을 단순히 군사문제로 접근해서는 전쟁을 이해할 수도 없고, 억제할 수도 없다. 전쟁을 종합적 사회현상으로 연구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군사이론가 마이클 하워드는 '사회와 기술의 변화로 전쟁마다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이 변화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연구는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지적한다. 무지로 인해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술과 물량의 절대적 우위 속에서도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것은 핵무기 일변도의 전략개념으로 재래식 전쟁수행 능력에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군사사를 다룬다. 지은이는 과학과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전쟁 또한 발달해 왔고, 이에 대한 고려까지 담았기에 이 책을 '신군사사'라고 정의한다. 전쟁사가 전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면 군사사는 더 넓은 범주로 전쟁뿐만 아니라 군사문제 전반을 포괄하는 학문체계라고 할 수 있다.

신군사사가 다루는 학문범주는 크게 4가지다. 첫째는 전쟁을 준비하고 지도하는 통수적 차원의 정책과 국가전략, 군사전략과 전술, 각급 단위의 지휘통솔 및 리더십, 분쟁관리와 처리, 특정 전쟁 및 전투의 연구, 그리고 군사사상과 이론 등 전쟁 관련 분야다. 둘째는 교리, 편제, 군사제도, 모명과 동원, 교육훈련, 무기체계와 장비, 군수 및 보급, 군사위생, 군법, 군종, 군사지리 등을 포함하는 제도와 기술 관련 분야다. 셋째는 군대와 사회 관련 분야로 민군관계, 평화시책(재난구호, 국토개발, 환경보호, 국민교육 등)과 군사 문화와 이념에 관한 것이다. 넷째는 군사적 자료 정리'보존'편찬 관련 분야다.

미국 육군은 군사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군사사는 평시와 전시에 걸친 군대의 모든 활동에 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기술적이고, 해석적인 기록이다. 군사사는 국가들이 어떻게 전쟁을 준비(대비)했고, 어떻게 수행하고 종결시켰으며, 전쟁을 준비하고 싸웠던 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국가는 평화 시 군대의 기능을 어떻게 부여하고 어떻게 통제했는지 등을 다룬다.'

책은 총 2부 9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전쟁과 문명'으로 전쟁과 문명은 무엇인가.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전쟁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전략 사상에 따라 전쟁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는 '전쟁의 이론과 실제'로 미국 태동기의 군대는 정규군인가 민병대인가. 냉전기와 탈냉전기 미국의 군사변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안정은 어떤 역학관계를 맺고 있는가.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인가.(이 점에 대해 지은이는 '북한은 죽을 때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북한붕괴와 남한의 흡수통일밖에 없다. 이를 위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촉진하고 북한 엘리트들을 회유하며, 북한주민들에게 더 많은 외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2부에서는 또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의 3위 1체론과 군사천재론을 이야기하면서, 그 같은 이론들이 현대에서는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살펴본다.

지은이 허남성은 육군사관학교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419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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