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性)관대 공화국' 취재 기자들의 뒷이야기

"사회 전체가 이런 문화에 익숙했었던가 특권의식 젖은 정치인들 성범죄 더 둔감"

'성 관대 사회' 취재를 마친 기자들이 우리 사회 성문화, 성의식에 대한 방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한상갑, 홍준표, 이화섭, 권성훈 기자.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번 주 '즐거운 주말' 특집 '성(性) 관대 사회'를 취재했던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사회 빗나간 성의식, 다들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접하는 현실은 더 심각했다. 단속이나 제재로는 한계가 있고 계도에 나서기에도 성은 너무 멀리 가 있는 듯했다. 괴물처럼 커버린 성 담론을 이제 공론화하고 성에 '책임'을 부여하는 쪽으로 정책과 제도가 모아져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취재 현장에서 접했던 성의식, 성문화에 대한 단상을 풀어 놓기로 한다.

홍준표 기자(이하 홍)=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진짜 사나이' 등 몇 편을 다시 돌려볼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성 성적 비하'나 '역(逆)성차별' 같은 지적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냥 재미로 넘길 만한 수준으로 보였다. 나중에 인터넷 댓글이나 SNS를 보고 나서 내 생각이 사회 통념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아! 내가 이미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화섭 기자(이하 이)='올리브 TV'에서의 성시경이나 '무한도전'에서 홍진경을 대하는 유재석의 태도처럼 여성의 성적 비하나 외모 차별 같은 논쟁이 들끓었다. 두 사람은 비교적 좋은 이미지로 비쳤던 인물이어서 사회적 파장은 더 커졌다.

권성훈 기자(이하 권)=우리 사회 왜곡된 성의식의 정점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최연희, 박희태, 강용석, 심학봉 등의 사례에서 보듯 그들의 비뚤어진 성의식은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신체를 접촉하며) 딸 같아서'라든지 '접대부인 줄 알고 만졌다'는 식의 변명이 오히려 더 큰 공분을 일으켰다. 나도 사석에서 성적 조크를 즐기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방이나 좌석에서 수용할 정도의 수위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한상갑 기자(이하 한)=이번에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 담당자들과 대담 기회를 가졌다. 그분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성범죄, 성의식의 위험도도 일반 시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현재 경찰에 업무가 집중돼 있는 청소년 쉼터, 미혼모 시설 등 운영에 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홍=정치인들의 성 일탈은 '성의식의 잘못'이라기보다 아비투스(Habitus), 즉 몸에 체득된 습관의 문제다. 그들은 항상 선민(選民) 의식에 젖어 있고 '갑질'에 익숙하다. 이런 특권 의식이 도덕적 불감을 부르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한=이젠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짚어보자. 아이들 스마트폰으로는 야동이 날아드는데 '아이는 어떻게 생기지?' 수준의 성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성교육을 받아온 게 우리 세대인데 이제 내 아이의 성교육을 할 시점에 와 있다. 어디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럽다.

이=유럽국가의 경우 많은 야동이 만들어 지지만, 이곳 아이들은 야동에 탐닉하지 않는다. 오픈된 성교육으로 아이들이 성에 대한 환상을 일찍 깨버린 때문이기도 하고, 이성 친구를 만나러 갈 때 '피임약 챙겨가니?'라고 챙겨주는 사회의 개방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 사회가 '성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해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성과 사랑할 수 있고 관계도 할 수 있지만 여기엔 반드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에 우리도 이젠 선을 그어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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